1980~90년대를 풍미한 미국 뉴 에이지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이 별세했다. 향년 73세.
6일 연예 미디어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 따르면, 윈스턴은 10년 간 암투병 끝에 지난 4일 숨을 거뒀다. 고인의 공식 소셜 미디어와 웹사이트는 “잠든 동안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윈스턴은 스스로를 ‘자연주의 피아니스트’라 불렀다. 1972년 1집 ‘발라즈 & 블루스(Ballads And Blues)’로 데뷔한 그는 80년대 ‘오텀(Autumn)’, ‘윈터 인투 스프링’, ‘디셈버’ 등 계절 시리즈로 주목 받았다.
특히, ‘생스기빙(Thanksgiving)’ ‘파헬벨의 캐넌 변주곡’ 등이 수록된 ‘디셈버’는 1982년 발매된 이후 국내에서만 100만장 이상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1980~1990년대엔 문구점 등에서 팔던 상아색 ‘피아노 피스(악보)’가 크게 유행했는데, 캐넌 변주곡 등 ‘디셈버’에 실린 곡들의 피아노 피스가 국내 집집마다 있을 정도였다.
1994년에 발표한 앨범 ‘포레스트’로 1996년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뉴에이지 앨범’상을 받았다. 1990년대에 ‘서머(Summer)’를 비롯해 ‘포레스트’, ‘플레인스(Plains)’, ‘몬태나-어 러브 스토리’ 등의 앨범이 미국 빌보드차트 뉴에이지부문 정상에 올랐다. 그래미 어워즈엔 총 다섯 차례 후보로 지명됐다.
갑상선암, 피부암, 골수이형성증후군과 같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2013년 골수 이식을 받는 대수술 이후에도 피아노 앞에 앉았다. ‘스프링 캐러셀(Spring Carousel)'(2017), ‘레스트리스 윈드(Restless Wind)'(2020) 같은 명반을 말년에도 내놓았다.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작년 5월에 발매한 열여섯 번째 솔로 음반 ‘나이트’가 마지막 앨범이 됐다. 지금까지 고인의 앨범은 총 1500만장이 팔렸다. 올해 미국에서 투어를 예정했다 컨디션 이상으로, 내년에 투어를 하겠다고 예고했었다. 또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미국 거장 재즈 피아니스트 빈스 과랄디(1928~1976) 관련 세 번째 앨범을 올해 낼 예정이었다.
평소 선한 영향력으로 덕망이 높았다. 앨범 수익금을 9·11 테러 피해자, 태풍 카트리나 피해자, 암 연구단체에 기부했다. 사회적 약자들과 환우들을 위한 자선 연주회를 개최하며 ‘치유의 음악가’로 통했다.
뉴에이지 장르 혹은 일부에서 그의 음악을 클래식으로 분류하기도 했으나 윈스턴은 ‘포크 피아노’로 불리길 원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포크 피아노는 R&B, 록과 함께 미국 포크 음악에 대한 관심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윈스턴은 계절과 지형, 지역 그리고 때때로 사회학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연주했다고 평소 말해왔다. 밤에만 일어나는 자연적인 경이로움이 있다며 ‘나이트’에선 “고독과 불확실성의 감정”에 대해 연주했다고 소개했다. 윈스턴은 해당 앨범에서 ‘음유 시인’으로 불리는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레너드 코헨, 미국 작곡가 로라 니로, 미국 뉴올리언스 R&B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앨런 투생 등 이미 세상을 떠난 거장들의 음악과 하와이 음악을 재해석했다.
특히 윈스턴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97년 첫 내한했고 2011년까지 무려 열한 차례 한국을 찾았다. ‘플레인스’에는 보너스 트랙으로 ‘아리랑’을 수록했다. 1998년 방한 당시에는 IMF 사태를 겪은 우리나라 국민을 위해 출연료 전액을 ‘실직자를 위한 기금’으로 쾌척했다. 2011년 내한 공연을 앞두고는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씨가 지은 한복을 입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강원도 민요 ‘한오백년’을 좋아했는데, 특히 조용필이 부른 ‘한오백년’을 특히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