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과 같은 일부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사이클을 곧 끝낼 것이라는 신호를 주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이런 흐름을 타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낙관주의는 잘못됐을 수 있으며, 최근 석유와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몇몇 주요국의 임금은 여전히 강하게 상승하는 만큼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나기는 멀었다고 CNN 방송이 8일 진단했다.
CNN에 따르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은 최근 몇 달 동안 급격히 둔화하면서 미국의 지난 6월 소비자 물가는 3% 올랐다.
이는 40년 만에 최고치인 1년 전의 9.1%에 비교하면 완만한 상승 수준이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7월 소비자 물가는 5.3% 상승해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 물가 상승률의 절반에 그쳤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소위 경제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유로존의 완만한 경기 침체는 이미 끝났을 수 있다는 신호도 있다.
그러나 유가나 식품 가격을 보면 사정이 다르다.
최근 수 주간 국제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6월 말 저점 이후 16% 올랐다.
미국 원유 가격의 기준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같은 기간 19% 상승했다.
정보제공업체 에너지 애스펙츠(Energy Aspects)의 공동 설립자인 리처드 브론즈는 CNN에 사우디와 러시아 등 주요 수출국의 감산, 예상을 뛰어넘는 세계 수요, 상대적으로 낮은 재고 수준에 힘입어 원유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유가가 “작년과 같은 속도로 또는 동일한 극단으로 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사상 최대인 1억2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석유 생산량은 1억150만 배럴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식량 가격도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흑해곡물협정에서 러시아가 지난달 탈퇴하면서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지난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1.3% 상승했다고 밝혔다.
석 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며 지난해 7월 이후 두 번째로 올랐다.
소비자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아, 유로존의 경우 7월(잠정치)에 10.8%를 기록했다.
이밖에 최근 몇 개월 동안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하락했지만, 임금 상승 요소는 미국과 영국에서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다.
미국 급여생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과 수당은 올해 2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해 인플레이션율을 앞질렀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지난 7일 금리 인상 지속을 지지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미국 노동시장 상황을 꼽기도 했다.
고용시장에서 구인이 여전히 가용 근로자 수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전 이사이자 현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교수인 랜덜 크로스너는 “어떤 중앙은행이든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내려가리라는 것을 실제로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