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혀 봤을 느낌’
1990년대 ‘세기말 감성’를 지향하는 Y2K 국내 유행이 끝물에 다다랐다. 발레코어와 바비코어를 지나, 다음 트렌드로는 최근 미국을 강타한 ‘올드머니’가 주목받고 있다.
올드머니란 대대로 재산을 상속하는 상류층 가문 또는 그 일원을 뜻한다. 여러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해 온 귀족 가문이나, 정·재계 유명 인사를 다수 배출한 명문가 등이 이에 해당된다. 자수성가한 신흥 부자를 뜻하는 ‘뉴머니’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즉 부유한 가문에 태어나 늘 대접받고 살며, 승마·골프·테니스 등 고급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관련 단어로는 ‘은밀한 부(Stealth wealth)’와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가 있다.
올드머니의 특징은 부를 과시하지 않는 태도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소득층이었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삶이 너무나 당연하며, 구태여 남에게 자랑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명품 로고 대신 원단과 디테일에서 의복의 값을 유추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튜브에 ‘올드머니’를 검색하면 ‘월급머니로도 가능한’ ‘금수저 아니어도 입을 수 있는’ 등의 제목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올드머니로 분류될 수 있는 건 사실상 재벌뿐이다. 올드머니 유행의 이유는 이 같은 ‘금수저’들에 대한 선망으로도 해석된다.
올드머니 스타일이 미국서 유행하면서, ‘힙한’ 패션의 선두 주자였던 미국 셀러브리티 켄달 제너, 카일리 제너 자매도 최근 이를 반영한 패션을 선보이는 추세다.
심지어 인공지능(AI)을 통해 창작한 가상 모델까지 등장했다. 크리에이터 ‘펠리(Feli)’의 작품이다.
과하지 않게 세팅된 머리와 메이크업, 고급 의복,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태도까지. 올드머니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이다. 늘 관리받는 게 분명해 보이는 풍성한 머릿결도 특징이다.
펠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현재 3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