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현역의원 하위 평가 결과’를 두고 비명계 의원들과 친명계 지도부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공천 문제를 둘러싼 계파 갈등이 이미 지도부 내부 문제로까지 비화한 만큼 당내 악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전날까지 발표한 현역의원 단수공천자 중 비명계는 6명에 그쳤다. 단수공천을 받지 못한 비명계 현역은 친문계 도종환, 박용진, 김한정, 강병원 의원 등 20여명에 달한다.
비명계 중진이자 최근 공관위로부터 ‘하위 10%’ 통보를 받은 설훈 의원은 이날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역 단수공천자 가운데 부산과 경남을 빼고 특혜를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윤건영 의원 뿐”이라며 “나머지 비명 의원들은 경선에 부쳤는데 말이 경선이지 소위 자객공천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또다른 라디오 ‘권순택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자기와 반대되는 사람들을 다 잘라내기 위해 하위 10%라는 장치를 넣었다”며 “이게 시스템 공천이라고 한다면 웃기는 얘기”라고 이 대표 등 친명계 지도부를 비판했다.
하위 20%에 포함된 비명계 재선 송갑석 의원은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나와 “단수공천 현역 51명 가운데 지도부나 당직자가 아닌 사람은 6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우리당 소속 광주 국회의원이 총 7명인데 하위 20%니깐 제가 꼴찌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특히 “저희 당의 고위 관계자가 언론에 나와서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얘기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대단히 깜짝 놀랐다”며 “하위 20% 결과와 전체적인 공천의 결과에 대해 친명이 우대되고 비명은 횡사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명계 4선인 홍영표 의원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스템 공천은 당 대표나 그 누구도 공천에 사사로운 이해나 이익을 개입하지 못하는 걸 말한다”며 “사천의 길을 빠지지 않고 공천으로 되돌아올 때 우리의 승리가 있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하위 통보를 받은 비명계 현역 의원 일부는 사실상 탈당 의사를 내비쳤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와 공동대표와 가까운 설훈 의원을 비롯해 친명계 박정현 최고위원과 경선이 확정된 초선 박영순 의원은 27일 거취 관련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반면 친명계 지도부와 공관위, 전략공천위 등은 이번 현역의원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됐다며 시스템 공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당 전략공천위원장인 안규백 의원은 이날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지금 공천에 상당히 잡음이 많다, 파열음이 많다고 그러는데 일하는 사람이 접시를 깨지 않는다”며 “일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접시 깰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당 공천 기준은 적재적소가 아닌 적소적재”라며 ” 적소에 맞는 자리에 합당한 인재가 가야 거기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도 전날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심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공천은 1년 전 확정한 특별당규에 의해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각종 위원회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데 낙천되신 분들이나 경선에 참여 못하는 분들이 매우 억울하실텐데 위로 말씀을 드린다”며 “불가피한 부분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천 파열음에 대한 수습책을 묻는 질문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