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밀문건 유출 의혹을 수사한 특별검사가 기억력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이 된 가운데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특검 조사에서 발언한 전문이 공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실제 장남이 사망한 해를 바로 얘기하지 못하고, 부통령 재임 시기를 헷갈리기도 했다. 다만 대부분 명료한 정신상태를 유지했으며 가끔 실수한 정도라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로버트 허 특검은 이날 미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 출석에 앞서 258쪽에 이르는 바이든 대통령 진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이후 민주당이 이를 공개하면서 전문이 공개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퇴임 후 국가안보 관련 기밀 문건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특검은 지난달 8일 불기소 결정을 내린 수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다만 불기소 배경 중 하나로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와 기억력을 지적하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그랬던 것처럼 재판 배심원들 앞에서 자신을 동정심이 많고 선의가 있으며 기억력이 좋지 않은 노인으로 묘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식이다.
특검은 지난해 10월8~9일 이틀간 약 5시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은 상당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며 “특검과의 인터뷰에서는 기억력이 더 나빠졌다”고 적었다. 또한 몇년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의 아들인 보 바이든이 언제 죽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보고서가 발표되자 당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어떻게 감히 아들의 죽음에 대해 이같이 말할 수 있느냐. 솔직히 질문을 받았을 때 그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진술서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 장남인 보 바이든이 사망한 시점은 특검이 물은 것이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이 질문에 답하면서 스스로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가 사망한게 어느 달이었더라”라고 한 뒤 “맙소사 5월30일”이라고 말했다. 이후 조사에 동석한 변호사가 “2015년”이라고 말하자 “그가 죽은게 2015년이었던가”라고 한 뒤 “2015년이었지”라고 했다.
바로 이어서는 “그 당시에 일어났던 일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된 것이 2017년 11월이었나”라고 말했다. 2016년이라고 관계자들이 정정하자 “맞아 2016년”이라고 다시 답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2013년이면 내가 부통령을 그만둔 이후냐”라고 말하거나, “2009년이면 내가 여전히 부통령이었느냐”고 말한 내용도 진술서에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부통령을 맡았다.
다만 몇몇 말실수에도 처음 특검 보고서가 공개됐을 때 제기된 정도의 심각한 인지력 문제는 진술서에서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차례 날짜와 사건들을 더듬었지만, 그 외에는 명료하게 보였다”고 평가했다.
WP도 “바이든 대통령은 허 특검이 묘사한 것처럼 정신없는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허 특검도 바이든이 얘기한 것처럼 무례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진술서에서 “농담과 가끔씩의 실수”가 발견됐다며 “대통령은 자주 빗나갔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당황하지 않았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