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또 다시 시즌 중 감독과 결별했다. 오랫동안 하위권을 떠나지 못한 팀은 ‘아름다운 이별’도 잊은 지 오래다.
한화 이글스는 27일 “최원호 감독과 박찬혁 대표이사가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현재 21승 1무 29패로 8위에 머물러 있다. 개막 전 5강 후보 평가를 받았던 것과 달리 하위권을 전전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도 감독과 대표이사가 개막 두 달여 만에 나란히 옷을 벗는다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올 시즌에 대한 한화의 기대가 컸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팀의 리빌딩(재건)에 집중하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던 한화는 이제 그 결과물을 볼 때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2024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했던 류현진이 복귀하고, 베테랑 내야수 안치홍이 자유계약선수(FA)로 합류하면서 전력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개막 후 8경기에서 7승 1패를 거두며 이 기대감은 더욱 증폭됐다. 그러나 팀의 상승세는 4월에 들어서며 완전히 꺾였고, 지난 23일에서는 시즌 첫 최하위까지 내려앉았다.
결국 최 감독은 시즌 개막 두 달여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한화의 시즌 중 감독 교체는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는 한화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사령탑을 교체하거나, 자진 사퇴 형식으로 감독이 물러나는 일이 반복됐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팀을 이끈 김인식 감독이 물러난 뒤 한화가 택한 6명의 감독 중 5명이 시즌 중 떠났다. 최근 4명의 감독은 모두 연이어 시즌 중 결별하기도 했다.
김인식 감독 후임으로 나선 한대화 감독이 2012시즌 중 팀을 떠났고, 2016시즌 중에는 김성근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성근 감독은 사령탑으로 통산 2651경기서 1388승(60무 1203패)을 거둬 최다승 2위에 올라있지만, 한화에선 계약기간도 다 채울 수 없었다.
2020시즌 중엔 한용덕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놨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팀과 지역을 대표하는 선수) 출신으로 2018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선임된 한 감독은 부임 첫 해 팀을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듬해 다시 9위로 떨어지고, 2020시즌 중반에는 14연패에 빠지자 한 감독도 시즌 중 팀을 떠나야 했다.
2021시즌부터는 구단 첫 외국인 사령탑이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팀을 맡겼지만, 그 역시 계약 마지막 시즌이던 지난해 5월 해임됐다.
수베로 감독의 후임으로 지난해 5월 사령탑에 선임된 최원호 감독도 1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2010년대 들어 임기를 모두 채운 한화 감독은 2013~2014시즌을 함께한 김응용 감독뿐이다. 김 감독이 이끈 한화도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임기는 채웠지만 재계약은 할 수 없었다.
한화는 이제 사실상 ‘감독들의 무덤’으로 불리고 있다.
류현진이 가세한 팀에 대해 여전히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이를 이뤄줄 수 있는 새 감독을 찾아야 한다.
손혁 한화 단장은 “당분간 정경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어줄 것”이라며 감독선임은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빠르게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