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하루의 길이가 길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 연구팀은 이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통상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데는 8만6400초가 걸린다. 그런데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하루 길이는 달의 조석 마찰로 인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지난 수천 년간 하루 길이는 달의 중력에 의해 꾸준히 증가해 왔다.
연구팀은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상승한 해수면 지구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쳐 하루의 길이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극과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적도 부근에 해수가 유입되고, 극지방에서 적도로 질량이 이동하면서 적도 반지름이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변화로 지구의 자전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고 밝혔다.
특히 2000년 이후 100년간 하루의 길이는 1.3㎳(밀리초) 늘어났다. 이는 지난 세기보다 훨씬 빠른 수준이다. 2000년 이후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더 많이 녹게 되면서 자전 속도도 더 늦춰졌다는 것이다.
1900년부터 2000년까지 100년 동안 하루의 길이는 0.3~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하루의 길이 변화는 1000분의 1초 단위에 불과하지만, 인간 삶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정확한 시간에 근거해 체결되는 금융 거래나 GPS 정확성에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온난화 현상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2100년부터는 하루의 길이가 100년간 2.6㎳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베네딕트 소야 취리히 연방공과대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온도 상승 등 지역적인 현상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 자전이라는 지구의 근본적 기능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현대의 기후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행성 규모의 영향을 보여주는 결과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얼마나 긴급하게 행동해야 하는지 시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