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옛 사위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수사 개시 1236일만이다.
검찰은 옛 사위인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전반에 걸친 부분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을 포함한 여럿이 관여된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전주지검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문 전 대통령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상직 전 국회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문다혜씨와 옛 사위인 서모씨의 경우는 기소유예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하고 있던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채용하게 한 뒤 지난 2018년 8월14일부터 2020년 4월30일까지 급여·이주비 명목으로 594만5632바트(한화 약 2억1700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의 경우 서씨를 채용한 뒤 그에게 급여와 이주비 명목의 뇌물(한화 약 2억1700여만원)을 공여한 혐의와 함께 항공업 경력 등이 없는 서씨를 채용해 지출된 급여 등으로 인해 타이이스타젯에 손해를 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항공업 경력·능력 전혀 없던 서씨, 항공사 취업은 ‘특혜’
검찰은 지난 2018년 7월 문 전 대통령 옛 사위 서모씨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하고 있던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하게 된 것이 정상적인 채용이 아니라고 봤다. 이 취업이 다혜씨·서씨의 생계 지원을 위해 공모된 특혜 채용이라는 것이다.
서씨 부부는 과거 소득 없이 생활하던 중 서씨가 지난 2016년 초부터 ‘토리게임즈’에 입사했지만 이후 해당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밝혀지자 서씨는 회사를 퇴사, 재차 소득이 끊기게 됐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이 실소유 중이던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취업하게 함으로써 태국 이주 주택 임차비용 등의 생활비를 지급받게 해 이주 기반을 만들어줬다고 보고 있다.
타이이스타젯은 서씨의 취업 당시 항공기 운항을 위한 항공운항증명(AOC), 이를 취득하기 위해 요구되는 항공사업면허(AOL) 등이 지연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임원 채용 필요성이 없었음에도 서씨를 채용했다.
서씨는 항공업 관련 경력 등이 없어 전자메일 수·발신 등의 단순 보조 업무만을 수행했고, 장기간 자리를 비우거나 국내 귀국 등 정상적인 업무도 진행하지 않았다.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주였던 이 전 의원은 서씨의 취업 전부터 서씨 가족이 생활할 주거지와 서씨 자녀가 재직할 국제학교 정보를 파악해 청와대 비서관실을 거쳐 이를 서씨 부부에게 제공했고, 급여 조건도 파격적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러한 전반적인 특혜 채용 과정 등이 서씨 부부와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전폭적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문재인 전 대통령에 소환 통보 … 뇌물수수 혐의
특혜 채용 과정서 다혜씨·서씨·청와대 민정비서관실도 관여
검찰은 일련의 뇌물수수·공여 사건에서 특혜 채용의 당사자인 서씨와 다혜씨가 능동적으로 범행 완성에 필요한 주요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서씨 부부는 이 전 의원의 신분과 그가 준비한 태국 정보 등을 전달받았다. 이들은 타이이스타젯 채용 절차 이전부터 미리 태국으로 넘어가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나거나 국제학교 위치를 확인하는 등 본인들의 판단에 따라 이를 결정했다.
이 결정은 서씨의 채용 과정에서 그대로 조건에 반영되거나, 타이이스타젯 현지 운영자에게 먼저 연락하며 “이 전 의원에게 뭔가 듣지 않았느냐”며 채용을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친인척 관리감찰을 담당하는 민정비서관실이 이 전 의원과 서씨 부부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다혜씨는 수차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과 접촉하며 태국 이주에 관한 사실을 논의했다. 이 전 의원과 다혜씨 사이는 별도의 일면식이 없었던 만큼 민정비서관실이 양 측을 오가며 태국 이주 전반적 사항을 지원했다.
또 대통령경호처는 서씨의 취업 한 달 전 다혜씨 등에 대한 태국 현지 경호계획을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해 실제로 태국에서 서씨 부부에 대한 경호가 개시되기도 했다.
‘뇌물수수죄’ 키워드는 ‘직무관련성’
형법 제 129조의 뇌물수수·공여죄가 성립하려면 뇌물을 받은 이가 그 직무에 관한 뇌물을 수수해야 한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12월 대통령비서실의 부당한 지원을 통해 비정상적 방법으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내정됐고, 이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면직 신청을 할 때도 면직이 상당히 신속하게 처리됐다.
또 지난 2018년 3월 평양 방북 예술단 전세기 선정에 있어서도 당시 문재인 정부의 운항사 선정, 노선 배분, 항공보험 등을 대체하는 지급보증 제공 등의 조치가 필요했다. 검찰은 이러한 지급보증을 당시 정부가 실시하게 되며 이스타항공이 평양 방북 전세기 항공사로 선정됐다고 봤다.
즉 문 전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내정, 21대 총선 출마를 위한 신속한 면직, 평양 방북 예술단 전세기 운항 등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무관련성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직무관련성이 있는 만큼 서씨의 급여 등을 뇌물 성격으로 보고 기소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檢, “고발 사실 중심으로 기소권 절제 행사”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을 “문 전 대통령의 포괄적 권한 행사를 통해 혜택을 기대한 이 전 의원으로부터 그의 지배하에 있는 항공사를 통해 다혜씨 부부의 태국 이주 지원 특혜를 제공받은 것”이라고 요약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 사실을 중심으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 수사를 진행했고, 피고인 및 핵심관계자들이 진술·출석을 거부하는 상황 속에서 적법하게 확보한 자료와 참고인 진술을 토대로 사건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혜씨와 서씨의 경우 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기는 하지만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며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의 기소만으로 국가형벌권 행사 목적 달성이 가능하고, 이들의 가족관계 등을 고려했다”며 이들에 대한 기소유예 사유를 밝혔다.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