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겨울 축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약 2주의 열띤 경쟁을 뒤로 하고, 4년 뒤를 기약한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20일 오전 현재)를 목에 걸며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자긍심을 선사했다.
이와 별개로 이웃나라 중국이 개최한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바라본 한국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개막식에서 등장한 한복 논란, 쇼트트랙의 석연치 않은 판정 논란은 공분을 샀고, ‘반중 올림픽’ 분위기로 흘렀다.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대회 초반 중국을 향한 격앙된 분위기가 멈추지 않았다.
지난 4일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소수민족 대표 자격으로 출연, 중국의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 여성은 댕기머리로 분홍색 치마와 흰색 저고리를 입고 오성홍기 전달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복 공정’, ‘문화 공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역사 바로 알리기에 적극적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에선 ”한복’은 ‘한푸’에서 기원했다’는 잘못된 사실을 기록하고 있고, 많은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이 한복을 훔쳐갔다’는 어이없는 왜곡을 하고 있다. 심지어 ‘갓’까지 자신의 것이라는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며 비판했다.
개막식에 한복 차림으로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중국이 개막식을 통해 무엇을 알리려는 지는 이해하겠지만 이웃 국가 한국을 생각한다면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신경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화가 가라앉기도 전인 7일 쇼트트랙 종목에서 판정 시비가 불거지면서 반중 정서는 극도로 확대됐다.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체대)가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각각 1조 1위와 2조 2위를 차지했지만 실격 처리됐다.
심판진은 두 선수가 경합 과정에서 반칙을 했다고 판단했다. 공교롭게 대신해 결승에 진출한 중국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체육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 선수단은 경기 종료 후, 심판위원장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 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했다.
판정의 부당함을 공식화하고, 국제 빙상계와 스포츠계에서 다시는 우리 선수들에게 억울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조하겠다는 이유로 윤홍근 선수단장은 긴급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에 앞서 5일 쇼트트랙 첫 종목이었던 2000m 혼성계주에선 중국이 선수간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페널티 없이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획득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 곽윤기(고양시청)는 이 장면에 대해 “중국이 우승하기까지 과정을 보면 억울하고 안타깝다. 내가 꿈꿔온 금메달의 자리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론 허무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어 “반대로 다른 나라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결승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구심이 든다”며 날을 세웠다.
이후 눈에 띄는 판정 시비는 없었으나 대회 내내 한국과 중국 선수가 함께 경기를 펼치면 순수한 경쟁보다 중국의 홈 텃세 여부를 집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심화된 반중 정서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으로 번졌고, 유력 주자들은 거침없이 중국에 날을 세웠다. 한중 양국 국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을 통해 거친 상호 비방전을 벌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한중 갈등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만큼 올림픽 이슈를 뒤로 하고 갈등을 치유하며 봉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