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고(高) 인플레이션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으로 경기 불황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침체가 오지 않았지만 곧 닥칠 것이라는 징후가 있다며 대비책을 제시했다.
16일 CNN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 주식 시장의 강한 매도세, 국채 수익률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사태의 지속 등을 곧 경기 침체가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연준은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을 도입했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의도적으로 대출을 더 비싸게 만들고 경제를 둔화시킨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에 너무 늦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내내 상승하는 추세였음에도 올 3월에야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연준은 금리 인상 시작 시점이 늦은 만큼 따라잡아야 하며, 지난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을 경우보다 훨씬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때까지 오는 6·7월 FOMC에서 금리를 0.5%p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이후 0.25%p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금리를 올리면서도 경기를 침체에 빠뜨리지 않는 소위 ‘연착륙’을 노리고 있지만 이는 이미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또 한가지 우려 요인은 주식시장이 올 1월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나스닥은 이미 약세장에 들어갔고 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7조 달러 이상이 증발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기업들의 이익이 잠식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장을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통상 주식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 보다 안전성이 높은 채권으로 전환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도 않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비례하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률이 오른다. 미 재무부 발행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이달 3%를 넘었다.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 증가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때 발생한다. 차입원가가 높을수록 채권이 만기에 도래했을 때 가치가 떨어지지만, 높은 수익률이 이에 대한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다.
그러나 현재 채권 수익률 상승은 연준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황을 우려해 실행한 경기부양책에 따라 매입했던 자산규모를 줄이기로 결정함에 따른 것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행키로 하면서 단기, 장기 채권 수익률 격차가 줄고 있다. 2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3월 기준 201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1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을 잠시 상회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955년 이후 모든 경기 침체가 발생하기 전 소위 장단기 채권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책도 경기 침체 유발 요인 중 하나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공급망 문제가 더욱 심해졌고,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수송을 중단함으로써 유럽 국가들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 이는 유럽을 경기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
중국의 봉쇄책은 각종 제조업 생산 중단과 수출 장애를 불러왔다. 근로자들을 집에 머물게 하면서 자국 경제도 급격히 둔화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은 미국에도 영향을 미쳐 고 인플레이션으로 최악의 시기를 맞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며 재정 악화를 피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우선 최근 실업률이 매우 낮고 일자리가 많이 확보된 구직 시장에서 새로 등장하는 직업에 집중하라고 했다. 정부 발표 수치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가 미국을 강타한 뒤 사라진 일자리 2200만 개 중 약 2080만 개가 복구됐다. 불경기에는 빠르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유망 직종 등을 미리 눈여겨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부동산 매매에 망설여왔다면 지금 파는 것을 권했다. 미국의 집값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올랐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줄기 전에 부동산 수익을 남기는 것이 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현금, 머니마켓펀드 등과 같은 유동 자산을 보유해 긴급히 자금이 필요할 때나 예상치 못한 비상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공인 재무설계사 마리 아담은 “투자를 유지하고, 규율을 지켜라”라고 했다. 시장 상황에 대한 소문 등에 휘둘리지 말라는 의미다.
아담은 “역사는 사람들이나 심지어 전문가들이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대개 틀려왔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투자를 계속하고 할당량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