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취임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방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으로 세계 각국뿐 아니라 미국마저 인플레이션 악화와 재정 적자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도 트럼프발(發) 관세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자유무역주의 체제를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 행보로, 향후 4년간 ‘극한 추위’를 버텨내야 하는 상황이다.
‘관세 폭탄’ 트럼프가 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4년간 펼쳐 갈 경제 청사진은 ‘신(新) 보호무역’ 위협의 도래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자유무역주의를 퇴조시키고 관세 장벽을 세우는 움직임이다.
이달 20일 정식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슬로건을 내걸며 관세 장벽 및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세금 인하 등을 골자로 한 확장적 재정 정책을 공언했다.
특히 제조업 등 미국 경제 전반을 살리겠다는 명목하에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관세 부과 조치를 예고했다. 동맹국인지와 관계없이 미국의 경제를 훼손하는 국가에겐 그에 응당한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현 조 바이든 행정부 하에선 최소한 다자간 협력을 통해 무역 과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그마저도 난망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동맹국들에게도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미국에 유리한 흐름을 만드는 등 이전 정부와 다른 기조의 정책들을 밀어붙일 것이란 예상이다.
강경 관세 정책을 현실화할 것이란 트럼프 당선인의 굳은 의지는 차기 행정부 인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강경 관세론자로 불리는 하워드 러트닉를 상무장관으로, 집권 1기 당시 대중(對中) 관세 부과 작업을 이끈 제이미슨 그리어를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임명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국 지도자, 기업 경영진, 경제학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금리, 지속적인 무역 마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새로운 혼란이 닥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트럼프 스톰’에 촉각…”WTO 회원국에 재앙적인 일”
현재 전 세계는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 정책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수십 년간 무역 장벽을 낮춰 다자무역 체계를 구축해 온 경제 시스템이 한 사람으로 인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내어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산업 정책과 무역 긴장 고조의 여파로 세계 경제 성장이 저해되고 공급망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IMF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내년 중반까지 세계 무역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경우를 가정해 분석한 결과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내년에 0.8%, 내후년엔 1.3%가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른바 ‘트럼프식 보편적 관세(10~20%)’가 세계 무역에 1조 달러(약 1468조원) 상당의 타격을 입히리라는 전망도 나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인 윌버 로스 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10월 세계무역기구(WTO)와 미국 무역 수지를 분석한 의회전문매체 더힐 기고문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 관세 아이디어는 세계 무역에 1조 달러에 가까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대부분의 WTO 회원국에 재앙적인 일이 될 것이고, 미국의 WTO 탈퇴를 강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장은 벌써부터 트럼프발 경제 충격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격적 정책 제안이 미국 경제’만’ 부흥시킬 것이란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1일 기준 108선에서 거래됐다. 이 지수가 108을 돌파한 것은 2022년 10월30일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달러인덱스가 기준선인 100을 상회하면 그만큼 달러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사실상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확실성이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강달러 기조에 유로와 아시아 통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각국의 통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뜻으로, 이런 상황이 심화될 경우 각국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고의 달러를 푸는 환율 방어 조치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그만큼 외부 충격을 막아낼 수 있는 ‘실탄’을 사용한다는 뜻으로, 향후 또 다른 거센 파도가 덮쳐 왔을 때 이를 막아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이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를 우려하는 이유다.
관련기사 트럼프 관세부터 비트코인까지…올 한해 미국경제 8가지 이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