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라클·오픈AI·소프트뱅크와 합작으로 인공지능(AI) 시설에 5000억달러(720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라클, 오픈AI, 소프트뱅크가 참여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텍사스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빅테크(기술 대기업)가 지난 한 해 동안 2000억달러가 넘는 투자를 집행했는데,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AI 연산에 필요한 많은 양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필요하며, 이 수요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메모리 수요로 연계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함께 글로벌 HBM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경우 한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HBM 수요도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특히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분야 선도기업인 엔비디아의 HBM 공급선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최근 투자 대비 수익화가 더딘 AI 산업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나온 대규모 투자 계획이라는 점이 주목받는다.
비(非) 엔비디아 진영의 맞춤형 AI 반도체 시장이 본격화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픈AI는 주문형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과 GPU를 대체할 ‘맞춤형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직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오는 데는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엔비디아 범용 GPU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맞춤형 AI 반도체 역시 HBM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외에도 HBM의 대형 고객사가 생길 수 있을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D램 업체들의 협상력 증가를 기대할 수 있고, 엔비디아 점유율이 높지 않은 업체들에는 새로운 기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AI 시장에 대한 투자 대비 수익화 지연 우려에도 메모리 업계의 구조적 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HBM 시장규모를 올해 360억달러로, 기존 추정치(290억달러) 대비 24% 상향했다.
JP모건도 GPU의 꾸준한 수요에 맞춤형 AI 반도체 시장 확대로 HBM 시장 규모가 올해 380억달러를 기록한 뒤, 오는 2026년 58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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