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그로 인한 시장 변동성이 미국의 주요 성장 동력인 소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실제로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가 악화되면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많은 소매업체들은 지난해 말 견조한 매출을 기록했으나 올해 성장 둔화 가능성을 경고했으며, 데이터 상 이런 전망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컨설팅업체 리테일넥스트에 따르면 3월 초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이는 연초부터 이어진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리테일 구매 데이터를 분석하는 서카나의 데이터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비필수 소비재 판매는 전년 대비 3% 감소했다. 이 또한 2월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레스토랑수익증대솔루션기업인 RMS에 따르면 2월 미국 패스트푸드 매장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2.8% 감소했으며, 특히 아침 시간대 방문객 수는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이번 달 유통업체 타깃은 2월 매출이 감소했다고 보고하면서,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번 분기 수익 압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는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강력한 관세정책을 추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 이런 정부 기조 영향을 받아 뉴욕증시는 며칠 만에 급락했다.
서카나의 최고 소매 분석가 마셜 코헨은 “소비자는 너무나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냥 한 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버텨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쉬운 선택이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번 주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면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되지 않은 정책 결정이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성장 둔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갈수록 우려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소비 지출은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는 유럽이나 기타 주요 경제권보다 빠른 속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고인플레이션 시기로 접어들면서 가계 예산이 압박을 받았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여 소비재 기업들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다만 미국 소비자들은 수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아왔음에도 이런 불안감이 항상 소비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연말 쇼핑 시즌에는 1조 달러에 가까운 매출이 기록됐는데, 이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맥킨지의 수석 파트너 톰 킬로이는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본 것은, 소비자들이 그런 계획을 반드시 행동으로 옮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