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K푸드’ 열풍으로 미국 시장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는 식품업계도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한국에 상호 관세 25%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에 고율의 대미 관세를 책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두지 않고 제품을 전량 수출하고 있는 업체들 입장에선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상호관세는 한국 수출 약 10% 감소, 경제성장률 0.2%p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대미국 수출 감소에 글로벌 교역 위축 영향이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표적으로 ‘불닭볶음면’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삼양식품의 경우 미국 수출 물량을 전량 국내에서 생산한다.
미국이 25%의 상호 관세를 시행하면 여파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셈이다.
다만 삼양식품이 올해 7월 착공하는 중국 공장은 현지 내수용 제품만을 생산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 미국의 상호 관세 조치와는 무관하다.
해외 생산기지가 없는 하이트진로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K소주’로 북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던 상황에서 관세가 높아질 경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호 관세 여파로 현지 소비자가를 올리는 방안 등 다방면으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며 “다만 개별 기업이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라, 국내외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백악관은 많은 국내 식품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중국과 베트남에는 각각 34%, 64%의 상호 관세를 책정했다.
다만 국내 식품 업체들은 현재 중국·베트남에서 생산한 제품은 내수용이나 동남아시아 등 주변 국가로만 수출하고 있어 미국이 중국과 베트남에 책정한 고율의 관세와는 관련성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과 베트남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오리온은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동남아시아 등 주변 국가들에만 공급하고 있다.

미국 수출용 제품은 중국과 베트남 보다는 낮은 상호 관세가 책정된 국내에서 생산한다.
앞서 오리온은 미국에서 단일 제품 매출이 400억원을 돌파할 경우 현지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오리온 전체의 미국 매출도 400억원을 넘어서지 못한 상황이라 현지 공장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베트남 남부에 생산 기지를 완공한 팔도 역시 해당 공장에선 동남아시아 지역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수출 제품의 경우 전량 국내에서 생산된다.
오리온과 팔도 모두 이번 상호관세 때문에 수익성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나, 아직 미국향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아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에 수출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농심 등은 이번 상호 관세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미국 공급 물량은 대부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에 20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21번째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농심 역시 미국에 공급하는 제품을 현지 공장 두 곳에서 생산 중이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일부 제품을 한국에서 수출하고 있으나, 그 비중은 매우 극소수로 알려졌다.
다만 대상의 경우 202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김치 생산 공장을 열었으나, 아직 미국 수요의 30% 정도만을 소화하고 있다. 나머지 물량은 국내에서 수출하고 있다.
특히 농산품의 경우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인 품목도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식품업계는 미국의 상호 관세를 책정한 것 대해 국가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관세의 영역은 개별 기업이 나서 왈가왈부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지금 미국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해도, 완공 시점은 트럼프 임기 이후기 때문에 공장 신설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차원에서 하루빨리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미국과 협상을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