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아메리칸들이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역사가 꽤 오래됐다. 19세기 중반부터 많은 아시안들이 인종차별이나 외국인 혐오를 두려워해 영어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은 문화적 변화를 겪어왔고 최근 10년에 들어서야 다양성, 포용, 대표 등의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셀러브리티를 비롯한 유명한 아시안 아메리칸들을 중심으로 이름에 관한 인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최근 CNN이 보도한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영어 이름 사용의 역사와 의미, 최근의 변화를 소개한다.
코미디언이자 프로듀서인 Hasan Minhaj은 엘렌 드제네러스 쇼에 나가 자신의 이름 발음을 고쳐주면서 화제가 되었고 마블 영화배우 Chloe Bennet도 “헐리웃은 인종차별적”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성을 ‘왕’에서 ‘베넷’으로 바꿨다고 밝혔으며 스타워즈 배우 Kelly Marie Tran은 자신의 뿌리 문화가 잊혀졌다며 영어 이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CNN과 인터뷰한 라오스 이민자 가정 출신의 아티스트인 ‘Jennifer Tshab’ 역시 대외적으로는 항상 퍼스트 네임이자 법적인 이름인 제니퍼를 사용해왔고 가족과 친지들 사이에서만 Tshab이라는 Hmong 이름을 사용해왔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더 표현하기 위해 대학에 가서는 제니퍼가 아닌 Tshab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Tshab은 자신의 작품에 “It’s pronounced Cha” 또는 “My name is Tshab, but the check is payable to Jennifer Her.” 라는 문구를 새기며 이름에 담긴 문화와 정체성의 의미를 표현했다.
아시안 이민증가로 영어이름 사용 확산
1800년대 중반부터 20세기까지 아시안들의 미국 이민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들의 영어이름 사용 역시 시작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인들이 본래의 이름을 발음하기 힘들어했기 때문이었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경우 손님들에게 불리기 쉬운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유리했다.
이민국의 역사 자료에 따르면 1917년에 러시아 이민자인 Simhe Kohnovalsky가 이름을 Sam Cohn으로 변경하길 요청했었고, 1979년에는 캄보디아 난민 Sokly Ny가 Don Bonus로 이름 변경을 요청했었다.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영어 이름 사용은 학대, 차별, 노동 착취가 흔했던 시대에 힘들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하는 이들의 이민생활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1930년대 출생 이민자 가정 90% 영어식 이름
센서스의 자료에 따르면 1900년부터 1930년 사이 출생한 이민자 가정의 자녀 중 86%의 남자아이, 93%의 여자아이들이 미국식 영어이름을 갖고 태어났다. 약 100년이 지난 지금 이민 3세대, 4세대들의 경우 아예 아시안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흔하다. 아시안 이름은 최근에도 놀림거리나 농담의 대상이 되고있기도 하다. 2013년 아시아나 항공 추락사고 보도과정에서 파일럿들의 이름이 “Captain Sum Ting Wong,””Ho Lee Fuk.”로 불리기도 했고, 2016년에는 메인주의 주지사가 한 중국남성의 이름은 Chiu를 가짜 재채기 소리같다고 놀리기도 했가. 2020년에는 Laney Colllege의 한 교수가 베트남 학생 Phuc Bui Diem Nguyen에게 창피함을 겪고싶지 않으면 영어이름을 사용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스타워즈 배우 트랜을 비롯해 영어이름을 사용하기로 결심한 많은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이름이 없어졌다고 해서 자신의 정체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름에서 아시안 글자가 없어진 사실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아픔으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놀림거리 되기 쉬운 아시안 이름
방글라데시 이민자 가정 출신의 소설가이자 뷰티, 향수 브랜드의 오너인 Tanaïs는 발음이 어렵다는 이유로 약 1년간 ‘Tony’를 예명으로 사용했는데, ‘토니’는 내가 아니었다고 밝히며 매우 불행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름은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누군가에게 발음이 어렵다고해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사람, 인간으로서의 나를 인지하지 못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변화이 물결이 조금씩 일고있다.
아시안 이름 고수하는 이민자 늘어
20세기 말에 들어서면서 아시안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한국인들을 포함한 8명의 아시안들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란타 스파 총격사건에서도 희생자들의 이름을 발표할 때 수많은 착오와 발음상 오류가 발생하면서 아시안 커뮤니티의 분노를 이중으로 산 바 있었다. 일부에서는 “PLEASE STOP BUTCHERING THE VICTIMS’ NAMES,”라며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자 유산이라며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발리우드, 케이팝, 애니메이션 등 아시안 팝 컬쳐의 소프트파워 역시 아시안 이름을 중시하는 경향의 한 요소가 되고있다고 분석했다.
<강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