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연말 시상식 권위가 떨어진 지 오래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거대한 자본 투입과 웹예능물의 신선한 시도 사이에서 지상파 예능물이 점점 존재감을 잃고 있다. 채널 다양화 속 장수 프로그램 인기가 예전 같지 않고, ‘간판 예능’ 명맥만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지난 18일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 팀이 단체로 대상을 수상한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을 터다. 올해도 지상파 3사 연예대상은 공동 수상을 연발하며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할까.
◇미우새, 민망한 ‘SBS 연예대상’ 나눠 갖기
SBS 연예대상은 ‘상 나눠주기’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미우새 MC인 신동엽 마저 일침을 가했다. 미우새 팀과 함께 대상 수상 후 “누가 대상을 탈까 궁금해 하며 지켜본 시청자들, 이 자리에 함께 계신 다른 분들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들 생각이 비슷할 것 같다. ‘그냥 한 새끼만 주지’라는 마음이 분명히 있으셨을 텐데”라며 “제작진 입장에서는 누구 한 사람만 주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어렵게 미우새 팀으로 상을 준 것 같다”고 이해했다.
미우새 대상 수상은 세 번째다. 이미 2016년 SBS 연예대상에서 미우새 MC인 신동엽이 대상을 받았다. 2017년 ‘미우새 어머니들’이라는 이름으로 단체 대상을 차지했다. 당시 가수 김건모를 비롯해 그룹 ‘H.O.T’ 토니안, ‘룰라’ 출신 이상민, 개그맨 박수홍 등 어머니들의 활약이 뛰어났던 만큼 시청자들도 수긍했다.
올해 SBS 예능은 ‘골 때리는 그녀들’을 제외하면 부진했다. 그래도 미우새는 시청률 10%를 넘으며 인기를 이어갔지만, ‘런닝맨’ ‘동상이몽2-너는 내운명’ ‘집사부일체’ 등 장수 프로그램 시청률은 3~5%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상민이 미우새 초창기부터 활약한 만큼 올해 유력한 대상 후보로 점쳐졌지만, 공동 수상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트로피가 하나밖에 없는데 저희 다 주실거죠?”라고 해 씁쓸함을 자아냈다.
◇KBS·MBC 연예대상 ‘돌려막기’ 지속
올해 KBS도 유력한 연예대상 후보가 없는 상태다. 지난 22일 연예대상 후보 5명을 공개했는데, 새로운 인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개그우먼 김숙을 비롯해 그룹 ‘코요태’ 김종민, 개그맨 문세윤, 축구선수 박주호 가족, MC 전현무 등이다. 이미 김숙은 지난해, 김종민은 2016년 KBS 연예대상 영예를 안았다. 박주호는 2019년 KBS 연예대상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팀으로 대상을 받았다. 나은·건후·진우 남매가 슈퍼맨 인기를 이끌었기에 올해는 ‘박주호 가족’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현무는 2018년부터 매년 KBS 연예대상 후보로 지목됐다. 김숙과 함께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MC로 활약하고 있지만, 대상 수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나마 개그맨 문세윤의 활약이 돋보였다.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고, 올해도 ‘1박2일’ 시즌4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다. ‘갓파더’ ‘트롯매직유랑단’ 등을 통해 MC 역량도 입증한 만큼 대상 수상도 기대해볼 만 하다.
MBC 연예대상은 몇 년째 돌려막기식 수상을 지속하고 있다. 유재석은 MBC 연예대상에서만 무려 6번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놀면 뭐하니?’를 제외하고 모두 ‘무한도전’으로 대상 영예를 안았다. 올해도 놀면 뭐하니로 인기몰이한 만큼, 유력한 대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더욱이 MBC는 올해 수많은 예능물을 선보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피의 게임’을 비롯해 ‘방과후 설렘’ ‘극한데뷔 야생돌’ ‘쓰리박’ ‘볼빨간 신선놀음’ ‘심야괴담회’ 등이다. 장수 프로그램인 ‘복면가왕’과 ‘나 혼자 산다’ 인기도 시든지 오래 됐다. 유재석을 포함해 그룹 ‘러블리즈’ 출신 이미주 등 놀면 뭐하니 멤버들의 수상이 대거 예상되고 있다.
◇지상파 연말 시상식 변화해야
방송계에서는 지상파 연말 시상식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개그맨 김구라는 2019년 SBS 연예대상에서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나 (시상식을)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한다”며 “5년, 10년 된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돌려먹기 식으로 상을 받고 있다. (대상 후보도) 구색을 맞추려 하지 말고 제대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3사가 2019년 SK텔레콤과 합작해 선보인 OTT 웨이브를 통해 공동 시상식 개최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 지상파 PD는 “공동 수상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지상파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도 위기를 맞았다. 신규 프로그램 흥행이 부진하면서 장수 예능물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채널에 제약 받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신선한 인물을 발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