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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유명 배우 겸 모델이자 성전환자(트랜스젠더) 여성인 헌터 셰이퍼(27)가 최근 성별이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표기된 여권을 받았다고 밝혔다.
21일 셰이퍼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에 8분 34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그는 이 영상에서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존 여권을 도난당했으며, 새 여권을 갱신 신청했다고 밝혔다.
셰이퍼는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국무부 영사사업국을 방문했다”며 “이전에도 여권 갱신 신청을 해본 적 있다. 이번과 절차가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평소처럼 신청서를 작성하고 성별을 여성으로 기재했는데, 막상 새 여권을 펼쳐보니 성별이 남성으로 바뀌어 있더라”라고 전했다.
이에 관해 셰이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발표한 행정명령으로 인해 성별이 여성으로 표기된 여권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생물학적 성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취지로 ‘젠더 이데올로기와 극단주의로부터의 여성 보호 및 연방정부의 생물학적 진실 복원’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미국 정부 기관이 출생 시 지정된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성별만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이에 따라 여권을 발급할 때 남성(M)과 여성(F) 외에 제3의 성으로 ‘X’를 표기할 수 있었던 절차가 폐기됐다”라며 “또 출생증명서와 신분 증명서가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의 성별 수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셰이퍼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지도 못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여권에 ‘M'(남성이라는 표기. Male의 첫 글자)을 찍는 건 상관없다. 실제로 트랜스젠더로서의 내 정체성을 바꾸진 못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삶이 조금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또 셰이퍼는 입출국 시 국경 관리에게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혀야 한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했다.
그는 “다음 주 새 여권을 들고 출국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게 될 것”이라며 “내가 원하거나 필요해서 밝히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내 정체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