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드플레이의 보스턴 공연 중 ‘키스캠’에 포착된 장면이 결국 CEO의 자리까지 날려버렸다.
뉴욕에 본사를 둔 테크 기업 아스트로노머(Astronomer)는 19일 성명을 통해 CEO 앤디 바이런이 자진 사임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회사의 핵심 가치와 문화를 훼손한 행위”라며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CEO를 공식적으로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란은 지난 수요일 매사추세츠 폭스보로의 질레트 스타디움(Gillette Stadium)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공연에서 비롯됐다. 공연 중 프론트맨 크리스 마틴이 ‘줌바트론 송’ 순서에서 관중석의 커플을 향해 노래를 부르자, 대형 스크린에는 한 남성이 여성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다정한 모습이 포착됐다. 여성이 스크린에 비친 것을 알아채자 입을 틀어 막고 몸을 돌리는 모습, 남성도 급히 화면에서 사라지는 장면이 생생히 중계됐다. 크리스 마틴은 “둘이 바람을 피우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엄청 수줍은 거겠죠”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 장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영상 속 인물이 아스트로노머 CEO 바이런과 인사총괄 책임자(HR Chief) 크리스틴 캐벗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두 사람의 링크드인 계정은 현재 비활성화된 상태다.

아스트로노머는 19일 CBS뉴스에 보낸 성명을 통해 바이런이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공동창업자이자 제품총괄인 피트 디조이가 임시 CEO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창립 이래 지켜온 기준이 최근 무너졌고, 책임 있는 리더십을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아스트로노머는 기업용 워크플로우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비상장 테크 스타트업이다.
한편, 콘서트가 열린 질레트 스타디움은 관중이 행사 중 촬영될 수 있음을 사전 고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동의는 입장과 동시에 이뤄진다고 명시돼 있다. 공연 현장마다 일반적으로 부착된 안내문에는 “행사 참석 시 이미지와 음성이 촬영될 수 있으며, 이는 영상물이나 홍보자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된다.
예상치 못한 ‘키스캠’의 파장이 결국 기업 CEO의 퇴진으로 이어진 이번 사건은, 공적 공간에서의 사생활과 기업인의 사적 행동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을 새롭게 던지고 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