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2일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또한 사실상 효력을 상실한 것이라는 진단이다.
2012년 발효한 한미 FTA에 따라 양국은 대부분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고 지난해 기준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 수준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 등으로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앞서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 양자간 협상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시사한 만큼 FTA 재협상 수순이 예상된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이 원하는 것을 내주면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새로운 협상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3일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관세가 50% 수준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50%의 할인률을 적용한 25%의 상호관세를 우리나라에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FTA 재협상을 진행해 대부분의 품목에서 실질관세가 0%에 가까운데도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대미 관세가 50% 수준이라고 못박았다. 이를 고율의 상호관세 적용의 빌미로 삼은 셈이다.
보편관세 10%는 5일부터,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25%는 오는 9일 오전 0시1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예를들어 한국은 5일부터 10% 관세율을 적용 받고, 9일부터는 15%포인트(p)가 오른 25% 관세를 부과 받을 전망이다.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사실상 한미 FTA는 효력을 상실한다.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의 이번 조치에 맞대응 차원에서 미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우리 제품들은 미국에 수출할 때 25% 관세가 붙는다.
향후 양국의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이 낮아질 수는 있고 FTA 재협상 또는 새로운 무역 협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관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한미FTA에 따른 0% 수준의 관세율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율을 발표하면서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한국과 일본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한 것은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미국의 통상 전략을 일부 공개한 셈인데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존 FTA 재협상을 진행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비관세 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지난 31일(현지시간) ‘2025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 보고서)를 공개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NTE 보고서에는 7쪽 분량으로 한국의 무역 장벽이 언급됐으며 해결이 시급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배출가스 관련 부품 규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 허용,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규제 등이 향후 주요 협상 의제로 오를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전문가들은 이전 방식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소고기 수입 확대 등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우리나라의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를 일부분 수용하며 상호관세율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인 협상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박석재 우석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미 FTA를 체결했는데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니까 당연히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 우리나라의 비관세 장벽을 거론하면서 바꾸면 관세를 인하해주겠다는 식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선 대미 무역수지 흑자폭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 임해야 한다”며 “미국이 무역 적자를 빌미로 관세를 부과한 만큼 소고기 수입 및 원유 수입량 확대 등의 노력을 하겠다는 방식으로 관세 인하 협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진교 GS&J 원장은 “협상을 예전처럼 해서는 안된다”며 “미국이 무역적자를 줄이고 투자를 해달라 등 원하는 것이 명확한 만큼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협상을 진행하면 쉽게 결론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상황이 제도적으로 불균형하다. 비대칭적이라고 말한 만큼 관세 이외의 비대칭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 상황보다 진전된 안을 가지고 관세율을 완화해 달라고 타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