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조기 대선이 공식화된 가운데, 앞선 사례에 비춰볼 때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6월 3일 치러지게 됐다.
헌법과 공직선거법은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60일 이내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일은 대통령 권한대행자, 현재로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열흘 안에 공고해야 한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선고가 이뤄진 뒤 닷새 뒤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날로부터 60일 시한인 2017년 5월 9일을 19대 대선일로 공고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파면된 이날로부터 60일을 채우는 날은 6월 3일이다. 이른바 ‘장미 대선’으로 불리는 21대 대선이 6월 3일에 치러질 것이 가장 유력하다.
지난 2017년 3월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지한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사무일정’을 살펴보면, 선관위는 탄핵이 선고된 3월 10일부터 5주 뒤인 4월 15일부터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았으며, 선거기간은 후보자 등록 마감 다음날인 4월 17일부터 시작했다. 사전투표는 5월 4일부터 이틀 간 실시했으며 본투표는 5월 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됐다.
이 일정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5월 10일부터 이틀 간 후보자 등록이 이뤄지고, 5월 12일부터 선거기간이 시작될 수 있다. 사전투표는 5월 29~30일, 본투표는 6월 3일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대선이 현실화하면서 여야는 곧바로 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에 충격받은 지지층을 다독이면서 대선 주자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장 60일의 짧은 선거 기간을 감안해 곧바로 조기 대선 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권성동 지도부가 선거관리위원회 구성과 함께 대선 국면이 마무리될 때까지 당을 이끌어갈 전망이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4일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분노할 시간도 없다. 분노만 하다 보면 이재명한테 정권을 넘겨주는 것”이라며 “당의 투톱 없이 어떻게 승부를 보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당장 이르면 오는 8~9일 대선 예비후보 등록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여권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을 비롯해 당 중진 의원·광역단체장 등이 내주 출마 선언을 통해 경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탄핵 반대’가 당론이었던 국민의힘 입장에서 여권 잠룡들의 속내도 복잡한 분위기다. 탄핵 ‘반대파’와 ‘찬성파’ 주자들 모두 분노한 핵심 지지층에게 대선 출마의 당위성을 설득하며 경선 기간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당심과 더불어 중도 확장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과제다.
여권 주자들 모두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정치권의 승복을 당부하는 동시에, 최근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대적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며 선명성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면 내란 수사에 대한 걱정이 더 강해질 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훨씬 더 매서울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며 “(이 대표와 경쟁해서) 이기는 후보로 당내 표심이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은 다소 여유 있는 표정이다. 지난해 12·3 계엄 사태 당시 이미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염두에 두고 조기 대선 시나리오를 써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확정과 동시에 유력주자인 이재명 대표가 사퇴하고, 박찬대 원내대표가 당대표 대행을 맡으면서 선대위를 곧장 띄우는 수순이 기정사실화돼있다.
이를 전제로 이 대표는 탄핵 정국 내내 수권정당 면모를 부각하는 데 공 들여왔다. 반도체·인공지능(AI)·노동·연금 등 정책 이슈를 주도하고 친기업적 행보로 외연을 확장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친문재인·친노무현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당내 통합에 주력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진 탓에 내부적으로는 차기 대선을 준비할 물리적 시간을 번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차기 주자 경쟁력이 일단 여권에 앞서 있다는 것도 민주당이 안도하는 지점이다. 이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최근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로 사법리스크 족쇄가 일부 풀리면서 ‘대세론’에 쐐기를 박았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국무총리 등이 야권 잠룡으로 함께 거론되긴 하나 이미 이 대표 위주로 짜인 판을 흔들기 쉽지 않아 보인다.
물밑에서는 실무 준비에 한창이다. 다음주 중 예비후보 등록·경선룰 확정·선거인단 모집 등 당내 경선 준비가 속도감 있게 이뤄지고, 이달 셋째·넷째 주에 걸친 짧은 경선 후 이르면 이달 말 본선 후보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간표에 따라 공약 밑그림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복수의 관계자는 전했다.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데 모인 공약을 분야별로 추려내 구체화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대략 3주 뒤 선출될 본선 후보에게 곧바로 전달할 수 있게 공약을 다듬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 측 경선캠프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5선 윤호중 의원이 선대위원장, 3선 강훈식 의원이 선대본부장에 각각 내정돼있고, 친명 핵심 3선 김영진 의원이 정무 총괄직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사퇴와 동시에 당대표 비서실장 이해식·당대표 수행실장 김태선 의원도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세부 인선 작업이 아직 남아있다. 최종 인선이 끝나면 후보 등록일 전후로 캠프를 띄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