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90일간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환호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며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빨갛게 물들었고,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30원 가까이 뚝 떨어졌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대비 6.6% 오른 2445.0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 상승률은 2020년 3월 24일(+8.60%)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다. 외국인이 3322억원을 사들였고, 기관은 724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쌍끌이했다.
같은날 코스닥은 5.97% 솟구친 681.79에 마감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94억원과 2009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개인은 2987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매수세가 쏠리며 장 초반 연이어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사이드카가 발동되면 해당 지수와 옵션의 거래가 중지되고, 주식시장 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된다.
거래소는 이날 코스피 200 선물지수는 개장 직후 5% 상승률을 넘겼고, 코스닥150선물 및 현물 지수의 가격은 전날 종가 대비 각각 6.08%, 5.83% 급증해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각국 증시도 상승장을 보였다. 9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87% 오른 4만만608.45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9.52% 올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16% 급등했다.
위험 선호 회복은 아시아증시도 폭등으로도 나타났다. 일본 니케이지수는 9.04% 올랐고, 대만 가권증시는 9.25% 급등했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중국 상해지수는 1% 내외를, 홍콩 항셍지수는 1%대 후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금융시장 환호는 미국의 관세 유예 방침에 따른 위험회피 선호 성향이 짙어진 영향이 반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오전 0시1분부터 발효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적용하기로 했다.
위험 선호 회복과 증시에서의 돌아온 외국인에 원화 값은 올랐다. 원·달러는 전일 오후 종가(1484.1원) 대비 27.7원 떨어진 1456.4원에 거래를 마쳤다. . 이날 환율은 38.1원 내린 1446.0원에 장에 나서 곧바로 낙폭을 축소했다. 장중 최저가는 1446.0원이다.
다만 환율이 진정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국 상호 관세 유예에도, 주요 교역 대상국인 중국에 대해서는 되레 추가 관세를 더해 125%의 관세 부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다.
미국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이 위안화 절하 전략을 들고 나올 경우 원화값도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인민은행은 이날 1달러당 7.2092위안으로 고시해 위안화 가치를 낮췄다. 통상 원화값은 위안화와 동조돼 약세 압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다.
이민혁 국민은행 연구원은 “트럼프의 글로벌 관세 유예와 관세율 하향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됐다”면서 “지난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저평가된 원화자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