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제약업체 에자이와 미국 제약업체 바이오젠은 초기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들의 기억력과 사고력 감퇴 속도를 늦추는 약물 개발 실험에 성공하였다. 약 투여 후 18개월 뒤 비교했을 때, 환자들의 인지 능력이 플라세보(위약) 치료를 받은 환자들보다 27% 덜 감소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 이에 대해 이 질병과의 오랜 싸움에서 명확한 변화를 보여주는 약물이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하면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 책임 연구원인 수전 콜하스 박사는 “많은 사람들은 알츠하이머가 노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실험을 통해 조기에 병을 발견해서 치료한다면 그 병이 어떻게 발전하는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 환자 1800명을 대상 진행했다. 환자들은 ‘레카네맙’이라고 불리는 약을 일주일에 2번 투여받았다. 이는 뇌의 독성 물질을 감소시키며 환자의 기억력 저하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20%의 환자에게선 PET 검사(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검사)에서 뇌가 부풀어 오르거나 뇌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 중 약 3%에서는 PET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뇌가 부풀어 오르거나 뇌출혈이 발생했다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상이 실제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연구 결과는 치매 환자의 뇌에서 보이는 끈적끈적한 물질이 뇌세포를 손상시키고 인지력 저하를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는 가정에 힘을 실어준다. 과거에 연구된 약물들은 뇌의 아밀로이드 수치를 성공적으로 감소시켰지만 임상 결과는 개선되지 않아 사람들은 연구 결과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연말까지 미국과 유럽에 규제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에자이는 이미 미국 식품 의약국(FDA)에 가속승인제도 신청을 했다. 이는 FDA에서 약물의 효과에 대한 증거가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환자에게 이익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승인을 해주는 제도이다. FDA 승인이 날 경우 에자이는 추가 실험을 진행해서 약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어 FDA가 내년 1월 초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이후 새로운 데이터를 통해 FDA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에자이는 판단하고 있다.
이 약물의 전반적인 이점은 약물을 복용한 환자들이 복용 후 1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더 나은 질병 궤적을 유지하느냐에 달려있지만 최신 데이터는 아직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이 약이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 중 어느 시점에서 더 빨리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에자이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추가 실험에 참여시키기 위해 모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