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물 요리를 좋아하는 직장인 A씨는 겨울이 돼서 행복하다.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뜨끈한 국물요리를 먹을 일이 많아져서다. 추위로 움츠러지는 심신을 위해선 좋지만, 일부에선 건강을 해치는 선택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국물 요리는 요리의 특성상 염분(나트륨) 함유량이 높은 음식 중 하나다. 대개 날씨가 추워지면 국물 요리를 많이 찾게 되지만, 염분은 위 건강에 치명적이여서 식습관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위암 호발 국가다. 국가암정보등록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암(24만7952건) 중 위암은 2만6662건으로, 국내 전체 암 발생의 10.8%(4위)를 차지했다. 위암 발병률이 높은 원인으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과 함께 짠 음식이 많은 식문화가 꼽힌다.
장재영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한국인 특유의 식습관이 위암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짜고 자극적인 음식에는 아질산염 같은 발암물질이 많이 들어있어 과다한 섭취는 위 점막에 염증을 초래해 샘암종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샘암종은 위점막에서 발생해 대부분 위암의 기원이 된다. 위 점막의 염증이 지속되면 위세포가 파괴돼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암을 유발하는 전암병변으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위암 초기에는 대부분 뚜렷한 증상이 없어 자각하기 쉽지 않다.
장 교수는 “위암은 내시경 검사를 통해 정확·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조기 위암 완치율은 95%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속쓰림, 소화장애 등이 있고 최근에 내시경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면 약물을 임의로 복용하기 보다는 빠르게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위암을 예방하려면 평소 식습관에 주의해야 한다. 장 교수는 “특히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최소화하고, 항산화 효소와 식이섬유 등의 함유량이 높은 과일, 채소를 섭취하는 등 식습관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물 요리에 들어 있는 염분은 고혈압 환자에게도 좋지 않다. 고혈압은 식사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금연 등 생활요법의 병행이 필요한 대표적인 질환이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혈압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내외 온도차로 인해 오르락 내리락하는 혈압, 추위로 인한 활동력 감소와 과도한 나트륨 섭취 때문이다.
우종신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갑작스러운 추위는 교감 신경계를 활성화 시키고, 혈관수축과 함께 혈압을 상승시킨다”면서 “단순히 혈압 상승에서 끝나지 않고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으로 심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저염 식단의 생활화를 통해 나트륨 섭취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혈압 환자에게 겨울철은 매우 힘든 계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적정한 나트륨 섭취량은 식품 100g당 나트륨 120mg 미만이다. 뜨끈한 국물이 포함돼 있는 국밥과 찌개류 대부분은 나트륨 함유량이 매우 높다. 나트륨이 많이 첨가된 음식을 즐겨 먹으면 단 음식에 대한 욕구도 덩달아 높아져 과체중, 비만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우 교수는 “장기간 혈압이 조절되지 않고 상승된 상태로 유지되면 심부전, 뇌줄중, 신부전 등 합병증은 물론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겨울철 혈압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염분의 과다 섭취는 혈압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국밥과 찌개류의 섭취는 최소화하고, 실내외 온도차가 많이 나지 않도록 얇은 옷을 여러겹 걸쳐 입거나 따뜻한 실내에서 추운 외부로 나갈 때는 보온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