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미국에서 처음 이뤄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NYT는 미 하버드의과대학 매사추세츠병원(MGH) 외과의들이 수술한 62세의 남자 환자의 예후가 좋다면서 이식이 성공할 경우 수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MGH 의사들은 환자가 지난 주말 돼지 신장을 이식한 직후부터 소변을 배출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병원 안에서 걸어 다니고 있다면서 조만간 퇴원할 정도로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밝혔다.
MGH의 신장이식 책임자 레오나르도 리엘라 박사는 유전자 변형 동물 신장을 대규모로 이식하게 되면 신장 투석 필요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신장 질환자가 수천 만 명에 달하며 80만 명 이상이 혈액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인공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투석 환자들은 이식을 받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10만 명이 넘지만 이식할 신장이 부족해 매년 2만5000건 정도만 이식이 이뤄지며 이식을 받지 못하고 숨지는 사람이 매년 수천 명에 달한다.
이식 신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동물 신장 이식은 면역반응을 해결하는 일이 관건이다.
최근 수년 사이 유전자 편집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식한 동물 장기를 인체가 거부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이번 이식에 사용된 돼지 신장은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돼지 유전자 3개를 제거하고 인간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인간 유전자 7개를 삽입한 것이다. 사람에게 해로운 레트로바이러스를 보유하는 돼지의 특성 때문에 바이러스가 발현되지 않도록 하는 유전자 편집도 더해졌다.
지난 2021년 9월 뉴욕대 병원에서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하는 실험에서 소변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한 적이 있으며 앨라배마대도 비슷한 실험에 성공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돼지 신장을 이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돼지 신장을 이식한 사람은 메사추세츠 주 교통 감독관 리처드 릭 슬레이먼으로 수십 년 동안 당뇨와 고혈압을 앓은 끝에 7년 동안 신장 투석을 받았다. 2018년 신장을 이식했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투석을 시작했다. 그러나 투석을 위한 혈관이 막히는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러 차례 입원해야 했다. 결국 인간 신장 이식까지 대기하는 5~6년 동안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돼지 신장 이식에 동의했다.
이식한 돼지 신장이 잘 기능하면서 그는 현재 투석을 받지 않을 정도가 됐다.
한편 동물 장기 이식 수술이 새로운 팬데믹을 유발하는 등 위험성이 있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