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정치의 상징인 버니 샌더스(83·무소속·버몬트) 연방 상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선 전국 투어의 일환으로 주말 LA를 찾았다. 이번 집회는 투어 시작 이후 최대 규모인 약 3만6천 명이 운집하면서, LA가 반트럼프 운동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샌더스 의원은 12일(토) LA 다운타운 글로리아 몰리나 그랜드파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여러분의 존재가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며 군중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 미국 체제를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과두제(oligarchy)”라고 비판하며, 전국을 돌며 반트럼프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LA 집회 직후 샌더스는 인디오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 ‘코첼라’에도 깜짝 등장했다. 찰리 XCX의 공연 직후 무대에 오른 그는 수많은 10~20대 관객들 앞에서 “미국의 미래는 바로 여러분 세대의 손에 달렸다”고 호소하며, 단순한 정치 투어를 넘어 문화적 접점을 확대했다.
관객들은 예고 없는 그의 등장에 환호했고, 수많은 젊은 층이 휴대폰을 꺼내 그의 모습을 찍으며 지지를 보냈다.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정치인이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샌더스의 전략은 젊은 층과의 감정적 연결을 강화하는 데 큰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번 LA 집회에는 민주당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뉴욕) 하원의원도 무대에 올라 “이 운동은 정당이나 충성도 테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 연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샌더스의 ‘정치 혁명’ 메시지를 계승한 그는 젊은 지지자들과 강하게 교감하며 또 하나의 중심 인물로 주목받았다.
샌더스는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집회에 참가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오카시오-코르테즈가 샌더스를 잇는 인물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달부터 위스콘신, 미시간, 콜로라도 등을 순회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극소수의 자본 권력이 국가를 장악하는 과두제”라는 메시지를 전파해왔다. 초기 수천 명 수준이던 집회 규모는 지난달 덴버에서 3만4천 명으로 확대됐고, LA에서는 이를 넘어선 3만6천 명이 참석했다.
이날 무대에는 포크록 전설 닐 영과 싱어송라이터 매기 로저스도 등장해 열기를 더했다. LA 한복판에서 열린 이날 집회는 단순한 정치 행사를 넘어, 문화와 세대, 계급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대중 운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