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이사를 하면서 전자제품을 모두 새롭게 구입했다. 역시 웹사이트를 수없이 찾아봤고, 모델을 보기 위해 퇴근 후 홈디포와 베스트 바이 등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기다렸다. 독립기념일 세일을 위해서!!
가장 세일폭이 컸던 삼성 제품을 번들로 패키지로 구입했다. 새 마이크로 웨이브와 인덕션 형 렌지오븐, 식기 세척기,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새집으로 들어가는 만큼 전자제품도 모두 새롭게 구입하고 힘찬 내일을 꿈꾸며 번들번들, 번쩍번쩍 빛나는 새로운 가전제품으로 무장하고 새 집을 꾸며나가기 시작했다.
2년쯤 지났을까?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한국산 제품을 구입한 혹독한 댓가이거나 복수일까?
세탁기 부품이 떨어져 나갔고 (정확히 이름은 모르겠는데 통 가운데 부품이 떨어졌다. 무슨 캡 이라고 했다) 그리고 리콜 제품이라고 수리기사도 다녀갔다. 리콜 수리 온 기사님은 부품이 떨어져 나갔다는 나의 불만에 부품은 따로 아마존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구해서 직접 갈아 끼우라는 말을 하고 떠났다. 빨래를 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 그냥 잊었다. 가끔 옷에 작은 구멍이나 찢긴 부분은 지퍼 있는 옷과 함께 빨아서 거기서 걸려 찢긴 것으로 믿고 있다.
렌지오븐에는 두 가지의 불이 들어온다. 아무래도 인덕션 이어서 그런것 같다. 표면이 뜨거울 때 나오는 경고등, 그리고 사용중이라는 표시. 표면이 뜨거우니 주의하라는 불의 등이 들어와 꺼지지 않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인덕션 형태이다 보니 표면이 계속 뜨겁다는 표시 등이 여간 거슬리는게 아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많은 삼성 렌지오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었고, 전원을 껐다 켜면 되는 경우가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고치려면 뒤의 센서를 갈아주면 된다고 했다. 역시 수리기사님을 불어야 하는 일이었다.
메인 전원 박스(두꺼비집)를 찾아 렌지오븐의 전원을 내렸다가 켜니 정말 귀신같이 표면 뜨거움 경고등은 사라졌지만 하루 뒤 다시 불이 들어와 꺼지지 않았다. 뭐 그러려니, 잊고 살기로 했다.
냉장고는 프렌치 냉장고였는데 냉장실 온도가 그닥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온도 조절을 해도 음료수나 맥주 등은 시원하지가 않았다. 과일은 상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치즈는 쉬이 상했다. 결국 기사님을 불렀다. 1년의 품질보증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출장기사님을 부르는데 출장비를 드려야했다. 냉장실 뒷판을 뜯어 얼음이 얼어있는 것을 확인해 주었고, 얼음으로 막혀있던 구멍들을 뚫어줬다. 뜨거운 스팀이 나오는 기계를 사용했다. 그렇게 얼음녹이는 시간과의 오랜 싸움(?)이후 냉장고는 멀쩡해 졌다. 그리고 기사님은 이렇게 말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3개월 뒤 나를 다시 보게 될 거라고…
정확히 3개월뒤 냉장실 뒷쪽에서 얼음은 다시 얼기 시작했고, 같은 기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3개월 마다 이렇게 문제가 생긴다면 고쳐야 하지 않겠냐고, 그랬더니 기사님은 뒷쪽 부품을 갈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상했던 일이다. 그런데 부품이 오는데 시간이 걸리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러면서 부품 교환보다 냉장고를 새로 알아보는게 나을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도 함께 곁들여 졌다.
부품이 뭐가 비싸다고 하는 것인지 나원 참.. 이제 가격 딜에 들어가야할 차례다. 여기저기 전화해 저렴한 곳을, 싸게 해주는 곳을 찾아야 한다. 아무래도 구입한지 4년도 채 되지 않은 제품을 버리고 또 다른 냉장고를 사느니, 고쳐서 쓰는게 경제적으로 당연히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전화하기로 했다. 뭐가 어떻게 고장났다고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면서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전화는 연결됐고, 냉장고가 고장났다고 말하자마자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소리 “삼성거죠?”
많은 설명이 필요없었다. 삼성 제품이 그런 서비스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부품을 갈아야한다고.
다른 곳에 전화를 걸었다. 거의 똑같은 반응이다. “삼성거죠? 뒤에 판을 아마 갈아야 할 거에요”
‘미국 기사님들이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가 없나보다’ 또 한켠으로는 ‘부품값을 높게 쳐서 인건비를 높게 받으려는 수작인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한인 업소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사는 곳이 외곽지역이지만 왠지 한국 아저씨에게 확인받고 싶었다. 한국 기사님들은 솔직하게 말해 줄 것으로 믿었다. 모든 냉장고가 그런 문제가 있고, 고치는 거 아주 쉬운일이라고, 부품을 몇백달러씩이나 들여서 바꿀 필요가 없다고 그런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한인업소록을 뒤져 가장 광고를 크게 하고, 뭔가 냉장고 달인이라고 믿을 수 있는 곳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했다.
한국 아저씨는 더 냉정했다. 역시 전화를 걸어 냉장고가 고장났다고 하니 “삼성거죠? 경제적인 무리가 없다면 3년 지났으면 냉장고 바꾸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고쳐도 3~4년 뒤에 또 문제가 생겨요”
쿠궁~~
‘이 아저씨도 똑같네 나쁜사람’ 이라고 혼자 생각하며 다른 곳에도 전화를 걸어봤다. 한인 냉장고 수리기사님 두어분 모두 비슷한 반응이다. 전화를 걸자마자, 냉장고가 고장났다고 하자마자 하나같이 “삼성거죠?”
말도 잘 통하겠다. 한 분을 붙잡고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의 전자제품과의 전적, 세탁기와 렌지오븐, 그리고 냉장고까지
말하는 그대로 아저씨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것도 삼성거죠? 삼성이죠, 삼성이잖아요. 삼성것이 좀 그런게 있죠” 라고 말했다.
인터넷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지난 번 고장 수리를 위한 수리기사님을 찾기 위한 간단한 웹서핑이 아닌, 나 같은 피해자(?)가 또 있는지 찾기로 했다.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을 왜 찾아보지 않았을까? 삼성 냉장고와 렌지오븐, 세탁기에 대한 불평 불만, 그리고 나와 비슷한 경험의 소유자는 넘치고 넘쳤으며, 나름대로의 수리 방법까지 엄청나게 많은 유튜브 영상과 정보가 쏟아졌다. 심지어 세탁기는 폭발했다는 영상도 있었다.
- 냉장고는 가끔 헤어드라이기로 말려주면 문제 없이 잘 사용할 수 있다. 단점은 하루 종일 드라이기를 들고 있어야 하지만 고정대를 만들 수 있다면 만들어 사용하면 된다. 드라이기는 과열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전날 냉장고를 싹 비우기 위해 과식해야 한다는 등..조크아닌 조크까지 섞어가며.
- 레인지는 항상 불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주의할 수 있어 좋다는 위로아닌 위로,
- 세탁기는 빨래만 잘 되면 됐지 무슨 상관이냐. 가끔 빨래가 나사에 걸려 옷 하나 둘 버리는 건 괜찮지 않냐 옷장정리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까지
8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가끔 티셔츠 등에 나는 구멍도 그런 이유였나?
큰 꿈을 안고 이사와 함께 모두 구입했던, 패키지로 한꺼번에 삼성 패키지로 구입한 주방용품 가운데 식기 세척기와 건조기를 제외하고는 삼성의 제품 모두가 4년이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식기 세척기가 고마울 뿐이었다. 건조기가 고마울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니 모든게 의심으로 바뀌었다.
세척기가 그릇은 잘 닦고 있는건 맞을까? 건조기는 가끔 이불 등은 잘 안말려지던데 이것도 문제 있는거 아닌가?
어쩌면 정말 내가 운이 없어서 100만대 중 한두대 불량품이 걸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기에는 피해자(?)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냉장고는 어쩔 수 없이 교체하기로 했다. 당연히 삼성것을 배제하기로 했지만 이번 세일기간에도 예쁜, 디자인이 훌륭한 삼성제품이 눈에 들어온다. 예쁘고 우아하고, 디자인이 훌륭하기는 하다. 삼성것으로 다시 교체할까? 고민이 된다. 그리고 최근 출시된 삼성 냉장고 앞에 10년 워렌티 마크도 새롭게 단장됐다. 가만히 보면 부분적 10년 워렌티다. 나와 같은 고장은 수리되지 않는다.
퐉!! 기사님의 말씀이 생각나면서 머릿속의 고민을 정리해줬다. “삼성이 디자인은 이쁘죠. 많은 분들이 그렇게 삼성을 사요.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생기잖아요. 알아서 사는 거겠지만, 가급적이면 디자인에 넘어가지 마세요. 다른 제품들도 디자인은 비슷비슷하잖아요. 삼성거 말고 다른 거 사세요”
나 같은 고객들은 고장이 나기 전에는 어떤제품의 뭐가 나쁜지, 뭐가 좋은지 알 수가 없다. 당연히 전시된 것들 중에 디자인이 이쁘고, 가격이 나와 잘 맞으며 우리 집을 돋보이게 하는 번쩍번쩍 나와 맞지 않지만 그래도 럭셔리스러워 보이는 제품을 사고 싶은게 당연하다. 여기에 왠지 한국 제품이라는 데 더 끌리는 것이다. 동질감이 느껴지고, 함께 가자는 화이팅도 생기고, 우리 모두 타지에서… 이런 감정이입도 되고…
냉장고, 세탁기 등 전자제품들의 성능은 기본으로 따라 올 것이라고 믿고 구입한다. 10년 20년 나와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이 4~5년 뒤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이라는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의 이미지, 세계적인 기업이고, 전세계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 더 가까이 소비자들, 그들에게 보이지 않겠지만 저 밑의 서민층들의 소비자들은 삼성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삼성은 고장이 잘 난다’ 나도 이제 그 대열이 합류했다.
-벤추라 거주 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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