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에 아이티 이주민 넘치게 된 배경은
텍사스주 델 리오 다리 인근에 불법 형성된 아이티 난민촌 단속 과정에서 국경순찰대의 폭압적인 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이 거세지자 텍사스주에 아이티 난민촌이 형성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 20일부터 델 리오 난민촌 상황에 대해 보도했다.
난민촌에 머무는 이주민들은 멕시코 시우다드아쿠냐에서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미국으로의 입국은 불가한 상황이라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이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다시 강을 건너 멕시코를 다녀오기도 한다. 한 때 이곳에 머문 이주민 수가 1만4000명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22일부터 아이티 포르토프랭스로 네 차례, 항구도시인 캡 아이티엔으로 세 차례 등 하루 일곱 차례의 이민자 집단 이송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단 이송과 함께 진행된 단속에서 일부 국경순찰대 기마 요원이 말에 탄 상태로 난민들을 몰아붙이고, 욕설을 하고 가죽 고삐로 위협하는 등의 행위를 보여 공분을 샀다.
DHS는 이번 논란에 대한 성명을 통해 징계를 염두에 둔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델 리오를 향한 이주민들의 발걸음이 급증한 것에는 왓츠앱과 같은 SNS의 영향이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잘못된 정보가 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고, 그것이 이주민의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최근 미국에 살고 있는 10만 명 이상의 아이티인들에 대한 보호를 확장한 바 있다. AP통신은 이 정책에 대한 혼란으로 인해 이주민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 7월29일 이전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한해 임시 보호 정책을 펴기로 했는데 이것이 미국 밖의 아이티 사람들도 임시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불법적인 이주 경로를 밟고 있는 아이티인들이 국경이 개방됐다는 잘못된 정보를 받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며 “저는 이것이 미국으로 오는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티 이주민들을 옹호하는 샌디에이고 소재 아이티 브리지 얼라이언스의 니콜 필립스는 “아이티인들은 올해부터 이곳을 건너기 시작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프로그램이 잠시나마 일부 망명 신청자들에게 문을 열어주면서 이주민 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대다수 이주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주 흐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이민 관련 뉴스를 살펴보고 이동 경로에 대한 정보도 공유한다. 이중 가장 인기있는 플랫폼이 왓츠앱이다.
지난 주에는 2만6000명의 회원을 가진 칠레의 아이티인들을 위한 페이스북 그룹에서 한 회원이 멕시코를 통과하는 경로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게시했다. 단속을 피할 수 있는 길을 포함했고 특정 버스회사들을 추천했다.
또 다른 회원은 게시물 댓글을 통해 또 다른 경로를 공유하기도 했고, 델 리오의 위험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국제이주기구는 지난 3월 조사된 238명의 아이티인 대부분이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에 있는 100㎞ 정글을 지났고, 이들 중 15%가 인터넷에서 경로에 대한 정보를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의 이주를 계획했던 다수의 아이티인들은 현 텍사스 상황 소식을 접한 뒤 멕시코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티로의 귀국은 거부하고 있다.
아내와 네 명의 아이들과 텍사스에 머물렀던 넬슨 사인틸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티로 돌아가는 것은 사람을 산 채로 매장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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