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상 초유의 ‘국가채무 불이행’ 위기..연방 정부 셧다운도 초읽기
세계 제일의 부국 미국 정부가 지불해야 될 채무를 돈이 없어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위기에 빠졌다.
다행히 이 위기는 미국 경제 때문이 아니라 민주당과 공화당 간 ‘기’ 싸움에서 기인한 정치적 사태여서 미 국내면 모를까 국제적 파장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2020년 마이너스 3.4% 역성장했으나 올 2분기 끝에 코로나 직전인 2020년 4분기의 100.8% 수준에 달해 완전히 회복했다. 올해 전체 성장률이 당초 기대했던 30년 만의 최고치 7%대가 3분기부터 삐걱거리고 있지만 5%대 후반은 넉넉히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미국 경제는 문제가 없고 미국 연방정부의 국가채무도 다른 나라보다 결코 심각하지 않다. 주 및 시정부 것을 제외하고 연방정부가 정부기관 간 채무까지 포함해 지고 있는 국가채무는 2021년 4월 중순 기준 28조4000억 달러(3경2000조원)로 미국 최신 GDP(국내총생산)의 128%에 해당된다.
한국의 49%보다는 채무 비중이 아주 높지만 일본의 270%에 비하면 아주 양호하다. 유럽 최강 경제국 독일의 75%보다는 분명 무거운 국가 빚이나 미 연방 국가채무 중 순 대외채무는 전체의 80% 미만이다. 또 재정이 세계적으로 건실한 한국, 독일 등이 코로나19로 채무 비중이 급증했듯 미국도 갑자기 불어났다.
코로나 전인 2019년 3월 기준으로는 22조 달러로 당시 GDP의 99% 수준이었다. 2년 사이에 무려 6조 달러가 넘게 늘어난 것인데 코로나19가 본격화하자 미 정부가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부터 아낌없이 푼 돈이 6조 달러가 넘었던 사실을 상기하면 이해가 간다.
외신에 보도되는 미국의 10월 국가채무 불이행 위기는 한국의 외환위기나 그리스의 금융위기처럼 나라 곳간에 돈이 없어서 빚이나 그 이자를 못 갚게 된 상황을 지칭하지 않는다. 미국은 2000년 이후 매년 예산보다 지출이 많아 연방 적자가 발생해서 국가채무가 누적되어온 빚 국가이지만 그간 한번도 국가채무 불이행 위기에 놓인 적은 없다.
미국 연방 행정부는 재정 적자로 인한 국가채무의 누적도 걱정하지만 이보다 더 실질적으로 걱정하는 것은 의회의 ‘국가채무 상한’ 증액이다. 미 연방 의회가 정부의 돈줄을 완전히 틀어쥐고 있어 의회 승인 없이는 행정부는 긴급한 예산 집행에 필요한 국가 빚을 낼 수가 없는 처지다.
대신 의회가 승인만 해주면 행정부는 걱정없이 채무 상한 한도에서 세수 및 국가수입 규모를 넘어서는 지출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연방 의회의 국가채무 ‘상한’ 승인은 1차 대전 후 70회가 이뤄졌고 이 덕분에 미 정부는 거의 항상 예산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적은 이제까지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 등으로 이미 국가채무 상한은 넘어서 버린 지 오래인 지금 공화당이 새로운 상한을 승인하거나 일시적으로 상한 규정적용의 유예를 해주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 선언설이 나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 의회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0년 8월에 22조 달러였던 국가채무에 대한 상한 조정 대신 2년 간 적용유예를 승인했다. 이에 미 연방은 코로나 위기에 아무런 걱정없이 6조 달러의 빚을 흔쾌히 내서 재난지원을 했다.
그러나 2년의 국가채무 상한적용 유예가 지난 7월31일로 종료되어서 조 바이든 정부는 ‘국가채무 상한 22조 달러에 실제 채무액 28조 달러’라는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무서운 재정 현실이지만 연방 의회가 한 1, 2년 간 다시 적용유예를 해주든지 22조 달러의 상한을 29조나 30조 달러까지 늘려주면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재정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