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년만에 영화·TV 제작진, 대규모 파업 승인
약 6만 명의 영화·TV 노동자를 대표하는 미국 연예산업노조가 파업을 승인했다. 제작진 노조가 파업을 승인한 것은 128년 만이다.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할리우드 영화, 드라마, TV쇼 제작이 모두 중단된다.
4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예산업노조(IATSE) 측은 투표에 참여한 노조원 중 99%가 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매튜 롭 노조위원장은 “이번 투표는 영화·TV 제작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건강·안전, 그리고 삶의 질에 관한 것”이라며 파업의 목적을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투표는 참여율이 90%에 육박해 거의 만장일치로 결론났다. 노조원들이 전국적인 파업을 승인한 것은 128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노조는 밝혔다.
이번 파업 투표는 넷플릭스, 애플, 아마존과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급여·휴식·식사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지난 7월 최근 3년의 계약이 만료된 후 노조는 제작사 대표 단체인 미국 제작자협회(AMPTP)와 임금 인상, 휴식·식사 시간 보장 등 업무 조건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4개월 간 지속된 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지난주 중단됐다.
연예산업노조는 “수조 달러에 달하는 메가 법인을 소유한 제작자협회가 노동자들에게 생활 임금, 휴식, 적절한 수면 등 기본적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작자협회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회복되는 중이다. 중추적인 시기에 산업이 폐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공은 제작자협회에 있다. 그들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합리적 제안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단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파업하게 되면 미 전역에 영화와 드라마, TV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될 전망이다. 배우 겸 프로듀서인 옥타비아 스펜서 등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은 노조의 요구에 지지를 표명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최근 있었던 대규모 파업은 2007년 미국 작가조합(WGA)의 파업이다.
이로 인해 많은 TV 프로그램들의 촬영이 중단됐다. 당시 미국배우조합(SAG)은 작가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골든글로브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고 결국 시상식이 취소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다. 약 100일 간 지속된 파업으로 다수 미국 드라마들이 회차를 축소 제작하면서 팬들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