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부 캔자스 주 드넓은 평원 외딴집에 도로시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로시는 강한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강아지 토토와 함께 ‘오즈(Oz)’라는 나라로 날아갔다. 헌데 이때 도로시의 집이 무너져 내리면서 오즈의 나라 나쁜 동쪽마녀가 깔려 죽자 착한 북쪽마녀가 고맙다며 죽은 마녀가 신고 있던 은구두를 도로시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마법사를 찾아가면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도로시는 마법사가 있는 에머랄드 시(市)를 향해 떠나가는 도중 세 친구를 만난다. 뇌를 갖고 싶어하는 허수아비, 심장을 갖고 싶은 양철나무꾼, 용기를 얻고 싶은 사자다. 그리고 이들은 함께 위험에 처하게 될 때마다 지혜와 사랑, 용기로 헤쳐나가며 에머랄드 시에 도착해 마법사를 만나지만 나쁜 서쪽마녀를 물리치기 전에는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
도로시 일행은 다시 여러 위험들을 이겨내고 마녀를 없앤 뒤 에머랄드 시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마법사 오즈가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하는 수없이 이들은 또 다시 힘든 여정에 나서고 마침내 착한 남쪽 마녀를 찾게 된다.
그녀의 도움으로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사자는 오즈에 남아 그곳을 다스리기로 하고, 도로시는 신고 있던 은구두 뒤축을 맞부딪치자 토토와 함께 다시 캔자스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1900년 출판된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이야기다.
이 동화는 어린이 이야기로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19C 말 당시 미국사회의 경제 체제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1792년 달러를 공식 화폐로 채택한 이후 미국은 금(金)본위제, 은(銀) 본위제 혹은 복(複)본위제 등 수많은 시행착오와 논란을 거친 끝에 1873년 금본위제를 도입하게 된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의 보유량이 부족하여 화폐를 찍어내지 못하자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됨으로써 심각한 경제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본위제를 지지하는 상류층과 은본위제도를 지지하던 중산층 서민들과 충돌이 생겼다. 이에 대해 ‘오즈의 마법사’는 서민을 위해 새로운 화폐제, 금은 복본위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서민을 대표하는 도로시가 신은 은색구두는 은본위제도를 나타내고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걸어가던 노란(황금빛) 벽돌 길은 금본위제도를 나타냈던 거다. 그리고 오즈(Oz)라는 이름도 금(金)이나 은(銀)을 재는 단위인 온스의 약자 oz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이들이 거치던 험난한 여정은 금본위제로 인해 혼란을 겪던 미국 사회였으며 에메랄드 성은 수도 워싱턴 DC, 그 빛은 화폐(Green Back)를 상징하는데 그 에메랄드 성에 사는 마법사는 당시 무능한 공화당의 클리블랜드 대통령이었다.
비록 현실에선 금은 복본위제를 주장하던 민주당 후보가 부자 은행가들이 지지한 공화당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금본위제가 유지됐긴 했지만 마법사(대통령)도 해결해주지 못했던 문제를 풀려던 열쇠가 도로시가 신었던 은구두(은본위제)에 있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마법의 신발이었음을 나타낸 것이었다.
(여담이지만 당나라 때 거리를 가리키는 행정구역을 행(行)이라 했다. 오늘날 아직도 그 흔적이 양행(洋行)이란 말에 남아있다. 서양회사가 몰려있는 거리라는 뜻이다. 또한 중국은 전통적으로 은본위제도였다. 해서 은을 취급하는 점포가 많이 몰려있는 거리를 은행(銀行)이라 불렀으니 이것이 오늘날 은행(Bank)로 발전한 거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혜와 사랑 그리고 용기 등의 가치가 필요한데 이것들은 누구나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이미 자신들 속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이는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의해 절망의 캔자스(Kansas)를 벗어나 용기를 잃지 않고 꿈꿨던 희망을 찾아가려는 노래
‘무지개 저편(Over the Rainbow)’에 잘 나타나 있다. ‘무지개 저편 저 높은 곳 어딘가에/바람결에 들어본 그런 곳이 있죠/무지개 저편 푸른 하늘 어딘가에/당신이 꿈을 꾸면/반드시 이뤄지죠.’
헌데 역사와 삶은 순환되는 것이라 했던가! 코비드로 힘든 이 시기의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더해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의 삶이 예전의 도로시와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도로시를 날려보냈던 회오리 바람, 토네이도가 지난 10일 켄터키 주를 비롯 중부 6개 주를 휩쓸었다.
약 4시간 만에 무려 400㎞를 이동하면서 초토화되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했다는 이 최악의 ‘괴물 토네이도’로 사망자도 100여명에 육박하면서 가장 피해가 큰 켄터키 주에는 비상사태도 선포됐다.
부디 도로시가 ‘집이 최고야’라며 은구두 뒤축을 부딪치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듯 이번 토네이도 피해자들도 모쪼록 하루빨리 가족과 함께 일상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