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천체학자 칼 세이건은 1973년 발간한 “코스믹 커넥션(Cosmic Connection)”에서 화성에 이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고 그 생명체가 인류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또 공상과학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은 소설 “안드로메다 바이러스(Andromeda Strain)”에서 외계에서 들여오는 물체에 따라오는 위험한 유기체가 지구 환경에 해를 끼치는 상황을 설정했다.
세이건은 “가능성은 작을 것이지만 수십억명의 생명이 걸려 있는 만큼 간과할 수는 없다”고 썼다.
세이건의 경고는 과학계에선 가설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이내 이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 대응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31일 보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은 화성 샘플 가져오기(Mars Sample Return)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화성에 있는 탐사로버가 수집한 물체를 다른 우주선에 실어 지구로 가져오는 계획이다.
화성 수집 물체에 해로운 유기체가 섞여 있을 지는 알 수 없지만 섞여 있다면 지구인에게 해롭지 않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이런 우려 때문에 NASA는 화성 샘플이 또 다른 팬데믹을 촉발할 가능성에 대비해야만 한다. NASA의 화성 샘플 책임자 안드레아 해링턴은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기 때문에 오염 가능성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NASA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루듯이 매우 조심스럽게 화성 샘플을 다룰 예정이다. 화성 샘플이 지구에 도착하는 순간 샘플보관시설(SRF)에 넣게 된다. 이 시설은 생물안전 기준 4단계(BSL-4) 수준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위험한 병원균을 보관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이 시설은 거대 청정실 안에 둠으로써 화성 샘플이 지구 물질에 오염되는 것도 막는다.
계획에 따르면 화성 샘플은 2030년대 중반 지구에 도착할 수 있다. 이 때까지 정계나 여론의 반대 등이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면 시설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빠듯할 수 있다.
시설 준비를 위해 해링턴 박사 등 4명의 과학자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시설을 둘러봤다. 이들은 “NASA 타이거팀 RAMA”라고 명명됐다. 군사기호처럼 들리지만 실은 참가자 이름 앞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제트추진연구소 리처드 매팅리, 안드레아 해링턴, 존슨우주센터 계약직원 마이클 캘러웨이, 제트추진연구소 앨빈 스미스 등이다.
네 사람이 보스턴의 국립신흥감염병연구소와 메릴랜드주 데트릭 기지의 미 육군 의학 감염병연구소, 애틀랜타의 CDC의 18호 건물 등을 둘러봤다. 이들이 둘러본 시설은 모두 18곳으로 모두 초대형 클린룸 등 새 장비를 보유 또는 제작하는 곳들이다. 팀원들은 이들 연구소와 공동으로 인류의 안전에 적합한 NASA 시설이 어때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중이다.
해링턴 박사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계 행성에서 처음 샘플을 가져오는 것”이에서 외계와 인간이 최초로 대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에도 태양계에서 연구용으로 물질을 지구로 가져온 적이 있다. 달 암석과 흙을 미국, 소련, 중국이 가져왔다. 또 일본 탐사선이 2개의 소행성에서 샘플을 가져왔다. 또 태양풍 입자와 혜성 입자가 우주정거장에서 수집됐다. 그러나 화성은 NASA가 오염 위험이 “큰” 것으로 분류해 화성 샘플은 법적으로 “지구 도입 금지 대상”이다.
NASA에서 두차례 근무했던 존 러멜 박사는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화성은 행성이고 우리는 화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NASA의 퍼시비어런스 우주선이 지난해 화성에 착륙해 샘플을 수집하고 있다. 이들 샘플은 착륙선 로켓에 실어 화성 궤도로 쏘아 올린 뒤 유럽에서 제작한 우주선이 샘플을 수집해 지구로 가져올 예정이다. 제대로 진행된다면 2033년 미 유타주 시험 및 훈련 센터에 떨어진다.
RAMA팀은 오염 위험의 문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미국내 7곳 및 영국과 싱가포르의 고도억제 실험실과 일본과 유럽의 청정룸 설비를 둘러봤다. 또 이들 설비 제조사들도 방문했다.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점은 “지구가 샘플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구 물질이 화성 샘플에 오염돼 과학 연구가 잘못된 결과를 내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는 청정실의 기능이다. 동시에 샘플이 지구를 오염시켜선 안된다. 이는 고도억제실험실이 담당한다. 그러나 두가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서로 상충된 기능이 필요하다.
청정실은 기압을 높게 유지해 입자가 내부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설비다. 반면 고도억제실험실은 음압을 유지해 입자가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는 못하도록 하는 설비다.
두 가지 기능을 한 가지 공간에 동시 적용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화성 샘플 리턴 만큼 대규모의 보관시설을 구축해본 경험은 누구도 없기 때문이다.
BSL-4 실험실의 경우 헤파필터가 사용된다. 설비를 과산화수소 증기로 소독해 표면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그러나 외계 물체를 소독하는 방법은 아직 없다.
청정실 자재는 에폭시가 도포된 벽체 또는 스테인레스 벽체가 사용된다.
그밖에 과학자들이 화성 샘플을 연구를 위해 필요한 현미경, 장갑상자, 로봇장치 등이 설치될 청정실도 필요하다.
문제는 NASA 과학자들이 살펴본 모든 시설이 28입방m보다 작은 소규모라는 점이다. 화성샘플을 보관하고 연구하기엔 너무 작은 규모다. RAMA팀이 NASA에 제시한 대안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BSL-4 실험실의 청정실을 보강하거나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직접 대규모 시설을 짓는 방식이다. NASA는 튼튼한 건물을 짓고 그 안에 모듈화된 고도억제실험실을 여러 곳 설치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연구팀은 어떤 방식이든 연구 시설을 건설하는데 8~12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NASA가 어떤 방법을 선택할 지를 당장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화성샘플리턴 계획이 분명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관료주의적 지연과 각종 까다로운 규제, 예산 계획 변동, 건설의 어려움, 여론의 지지 여부 등이다. 연구팀은 이런 것들이 화성샘플리턴 프로젝트의 실질적 위험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화성샘플리턴은 보기보다 지난한 작업이다. 연구팀은 특히 계획이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화성은 지리학적, 환경적 타임 캡슐이다. 지구에 대한 영겁의 비밀을 담고 있을 수 있기에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탐구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