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계약자와 직원의 분류 기준 지침을 제공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법 ‘AB5’을 놓고 치열한 법적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 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은 독립 계약자의 구분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위해 ‘ABC 테스트’를 강화하는 것이다.이 테스트는 고용주의 지시에 의해 직원의 근무 시간과 내용이 정해지거나 직원의 일이 고용주의 핵심 비즈니스와 일치할 때, 그리고 직원이 자신의 비즈니스를 갖지 못한 경우 등에서 한 항목이라도 해당되면 독립 계약자가 아닌 직원으로 분류해야 한다.
이 법적 공방은 앞서 캘리포니아 의회는 공유경제 업체에서 일하는 소위 ‘긱(Gig) 근로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규정한 노동 규제법 ‘AB 5’ 법안을 지난 2019년 제정한 뒤 주지사가 이에 서명하면서 지난 2020년 1월1일 시행되기 시작됐다.
이 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 공유업체와 도어대시(DoorCash)와 인스타카트(Instacart) 등 배달업체는 즉각 ‘AB5’ 가 위헌이라며 2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운전기사가 직원이
아닌 독립계약자로 규정하는 ‘주민발의안 22’를 제기했다. 그리고 2020년 11월 투표에서 캘리포니아 주민의 58% 이상의 찬성으로 이 주민발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민발의안 22’를 반대하는 측이 이 발의안이 위헌이라고 지난 2021년 초에 소송 카스텔라노스 대 캘리포니아주 (Castellanos v. State of California) (“카스텔라노스 케이스”)를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8월 1심에서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 공유업체와 도어대시와 인스타카트 등 배달업체의 운전사를 채용된 직원이 아닌 독립계약자로 구분하도록 한 가주 ‘주민발의안 22’가 위헌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었다.
알라메다 카운티 민사법원의 프랭크 로슈 판사는 이 판결에서 “주민발의안 22가 캘리포니아주의 입법권을 제한하고, 근로자 보상 및 단체 교섭과 관련해 주의회의 권한을 침해함으로써 주 헌법에 위배된다”며 “만약 입법 권한의 제약을 원한다면 주민발의안 발의가 아닌 헌법 수정을 통해야만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로슈 판사의 판결은 지난 2월 주민발의안 22 무효를 주장하는 우버 등의 운전사 단체와 다수의 노조가 제기한 위헌 소송에 대한 판단이었다.
이 판결에 불복한 차량공유 업체들은 다시 항소했고, 지난 3월13일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은 우버나 리프트 등 플랫폼 기업의 운전기사를 독립계약자로 분류한 캘리포니아주의 주민발의안 22가 캘리포니아주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즉, 하급 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세 명의 판사로 구성된 항소법원 재판부는 의견서에서 “주민발의안 22는 입법부가 규정하는 직원에 대한 보상 권한을 침해하거나 삼권분리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항소법원 판결에 따르면 우버와 리프트 등은 최저임금과 오버타임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한우버와 리프트는 고용주가 실업수당, 건강보험, 비즈니스 비용 등에 들어갈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 다. 다만 운전기사들에게 안전교육과 성희롱 예방 교육을 제공하고, 근무 시간에 따른 건강 보조금을 지급하면 된다.
항소 법원의 판결에 대해 우버의 토니 웨스트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앱 기반 노동자와 수백만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승리”라며 “주 전역에서 일하고 있는 운전기사들은 앱 기반 노동
고유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혜택을 제공하는 주민발의안 22에 만족하고 있다. ”고 말했다.
반면,‘주민발의안 22’에 반대하는 서비스종사자국제노조(SEIU) 캘리포니아주 데이비드 우에르타 대표는 “모든 캘리포니아 유권자는 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업들이 유권자를 속이고 법을 사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쓰는 행태를 걱정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소송은 결국 주 대법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법원이 이 케이스를 검토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수 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지루한 법적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AB 5법안에 대한 소송이 우버가 주도한 이 소송 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28일 캘리포니아주는 제 9 순회연방항소법원에 올슨 대 캘리포니아(Olson v. California) 케이스 (“올슨 케이스”)에 대한 항소를 접수했다. 원고 우버, 포스트메이츠, 리디아 올슨을 비롯한 우버와 포스트메이츠의 개인 운전사들이 캘리포니아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연방항소법원의 3인 판사 합의체는 지난 3월17일 만장일치로 AB 5 법안이 캘리포니아주 헌법의 평등보호 조항을 위반한다고 판결을 내렸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주는 이 판결을 전원합의체에서 다시 검토해 달라고 항소를 접수시킨 것이다.
이 판결로 인해 캘리포니아주는 카스텔라노스 케이스에 이어 1주일내에 주 항소법원과 연방 항소법원에서 두번이나 패배를 맛본 것이다.
AB 5 법안이 시행되기 이틀 전인 2019년 12월30일 법원에 접수됐던 올슨 케이스에서 원고들은 캘리포니아 중부연방법원에 AB 5 법안의 시행을 멈춰달라고 예비적 금지명령을 신청했다. 그러나 연방법원 1심에서 이 금지명령 신청은 기각됐지만, 항소 연방법원에서 부분적인 승리를 원고들이 거뒀다. 즉, 항소 연방법원은 AB 5 법안이 우버와 포스트메이츠에게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을 내린 중부연방법원의 결정이 잘못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방 항소법원 합의체는AB 5 법안이 불공정하게 우버와 포스트메이츠같은 회사들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그 이유는 우버나 포스트메이츠와 비슷한 다른 앱에 기반을 둔 긱 회사들은 AB 5 법안의 적용을 받지 않는데 있다. 또한 이 법안을 제기한 로레나 곤잘레스 전 주하원의원이 우버와 리프트를 비판한 기고문을 워싱턴 포스트지에 기고했기 때문에 입법부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우버와 리프트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만든 법안은 정부의 합법적인 이익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판결을 내렸다고 연방항소법원 합의체는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특정 업계는 제외하고 우버와 리프트, 포스트메이츠 같은 업체들만 대상으로 한 AB 5 법안은 너무 협소하기 때문에 평등보호 조항을 위반한다고 항소법원은 지적했다.
한편 이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한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타주 민주당 소속 검찰총장들이 자기들의 주를 대신해서 항소를 지원하는 청원서를 제출해서 이 소송이 단지 캘리포니아주가 아니라 미전국 이슈로 떠올랐다. 왜냐하면 타주 정부나 법원들도 캘리포니아주의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방항소법원 3인 합의체의 판결을 반대하고 AB 5를 지지하는 주정부들은 애리조나, 워싱턴, 코네티컷, 하와이, 일리노이, 메인, 매릴랜드, 미시건,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네바다, 버몬트, 뉴저지, 뉴욕, 오리건주 등이다.
AB 5 법안에 대한 이런 소송전은 캘리포니아주 트럭 연합회 (CTA)도 지난 2019년 12월에 이미 법 실행 금지명령을 신청해서 2년반 동안 법 적용을 막았기 때문에 단순히 차량공유 업체나 배달 업체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즉, 많은 한국 운송업체와 배달업체들이 캘리포니아주에서 비즈니스 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업계에서 독립 계약직과 직원의 경계선이 매우 애매한 경우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런 소송들의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여전히 많은 고용주들이 직원들에게1099 양식을 주면 자동적으로 독립 계약자가 된다고 매우 단순하게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주민발의안 22’가 위헌으로 최종 판결될 경우 한국 회사들의 미국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런 소송들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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