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외풍에 원·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말 미국의 잭슨홀 미팅까지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따르면 이날 원·달러는 전거래일 대비 4.3원(0.32%) 오른 134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23일 기록한 1351.8원 이후 최고치다.
이번달 들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는 지난 18일 8거래일 만에 -3.7% 미끄러지며 숨고르기를 보인 후 다시 반등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의 경기 지표 호조에 따른 긴축 경계감이 달러 강세로 나타나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 부진과 부동산 업체 파산 리스크가 맞물리며 원·달러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7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7% 증가해 최근 6개월간 가장 큰 증가 폭으로 오른 가운데 지난주 공개된 연준의 7월 회의록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당한 상승 위험 때문에 추가적인 긴축 통화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기며 긴축을 시사했다.
미국의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초 3.752%(1월3일 기준)에서 이달 18일 4.251%로 0.499%포인트 상승한 상태다.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4시17분 현재 103.34를 기록 중이다. 한 달 전인 7월 17일 기록한 99.84에 비해 3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를 유지 중이다.
중국 변수는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 지표 부진에 물가까지 하락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데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과 에버그란데(중국명 헝다)가 파산보호 신청 등 악재를 맞으면서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인하해 연 3.45%로 낮추면서도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5년 만기 LPR은 연 4.2%로 종전 수준을 유지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신중한 조치로 해석되며 원·달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엔저 현상도 원화 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일본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날 오후 4시 28분 현재 엔화가 145.28엔에 거래되며 약세다. 원화는 통상 위안화와 엔화 등과 동조 현상을 보인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부동산 회사들의 채무 불이행 이슈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미국 국채 금리 영향으로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번 주가 원·달러의 방향성에 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미국 잭슨홀 미팅 등 주요 이벤트가 예정된데 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45엔 수준을 넘어선 달러·엔 환율을 추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지도 변수다.
신한은행은 이번주 원·달러 예상 범위를 1330~1345원으로 제시했고, 하이투자증권은 1310에서 1360원 사이에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25일 개최될 잭슨 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이 중요한 분수령 역할을 할 것”이라며 “파월 의장이 금리 동결 가능성 언급 시 국채 금리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달러 강세 현상도 숨 고르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