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단식 투쟁이 장기전에 접어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대여 투쟁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이 대표 단식에 이어 전북 지역 의원들은 삭발 농성에 나선다. 당 일각에선 대안 없이 투쟁 방식만 거칠어지고 있다는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여당의 실정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과 대안 제시 없는 단식과 삭발 투쟁은 국민의 관심을 모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거대 야당이 몸집만 클 뿐 수적 우세를 활용한 대여 견제 방식이 너무 식상하고 안일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오는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내년도 새만금 예산 삭감에 반발해 삭발을 단행한다. 민주당 전북 국회의원 8명 전원과 전북 도의원들이 참여한다.
이번 농성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새만금 예산을 보복성으로 삭감해버린 데 대해 항거 의지를 강하게 표출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당대표가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화력을 보탤 필요도 있지 않냐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지역 관계자는 “잼버리 사건 보복으로 새만금 예산을 70퍼센트 이상 깎아버리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는 투쟁을 봐달라”고 했다.
그러나 당 한켠에선 대안 없이 강경 일변도 투쟁을 이어가는 게 적절하냐는 회의적 기류도 짙어졌다. 이 대표 단식이 별반 반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역 예산 문제로 삭발 투쟁이 이어지는 데 대한 여론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한 재선 의원은 “단식과 삭발은 과거 힘 없던 학생들이 독재정권에 맞서 최후의 항거 수단으로 썼던 투쟁 방식인데, 168석이나 가진 정당이 이렇게 계속 가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대표가 단식하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전략기획위원장도 삭발하는 모양새인데, 이런 카드만 계속 꺼내는 것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춰지겠나”라며 “당이 다른 대안과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만 계속 노출하는 셈”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다른 재선 의원은 “삭발도 유행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잼버리 사건 이후 지나치게 보복적으로 나오는 대통령실도 문제이지만, 거기에 대응하는 모습도 제1야당 같지 않다”고 봤다.
당이 지금이라도 입법과 예산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투쟁 노선을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외 투쟁에만 힘을 쏟다 자칫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일하는 유능한 정당 모습이 장외 투쟁에 다 가려졌다”며 “(지도부가) 이렇게까지 무책임할 수 있는지 자괴감이 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의원은 단식에 동조하는 ‘촛불문화제’에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이 대표와 검찰은 이날도 소환 조사를 두고 또다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 대표가 오는 12일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검찰이 이번주 중 출석하라고 요구하면서다.
비명계 의원은 “체포동의안 정국이 코앞에 닥친 상황이라 단식과 삭발 투쟁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어졌다”며 “이 대표가 만에 하나 쓰러져 입원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검찰이 이 대표를 조사하는 시기도 미뤄질텐데, 그 때 쯤이면 정기국회는 다 끝나고 연말로 접어들지 않겠나”라며 자조적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