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한 가운데, 연준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번 금리 결정이 ‘매파적 동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선 연준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시각이 우세했던 만큼,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미국 CNBC와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연준은 이틀에 걸쳐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향후 금리 예상치를 종합한 점도표의 중간값을 5.6%(5.5~5.75%)로 발표해, 올해 말까지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고금리가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며 오는 2024년에도 5% 이상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연준은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강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준은 올해 국내 총생산(GDP) 전망을 지난 6월 1.0%에서 2.1%로 두 배 이상 상향 조정했다. 내년 GDP 전망도 1.1%에서 1.5%로 올렸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로 측정한 예상 인플레이션율은 6월보다 0.2%P 하락한 3.7%로 조정됐다. 올해 실업률은 지난 6월 4.1%에서 3.8%로 하향했다.
연준은 이번 성명에서 경제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지난 7월 발표에선 경제 활동이 “적당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었다.
일자리 증가세도 지난 7월 “견고했다”고 했지만, 이날 발표에선 “낮아졌지만 여전히 강세를 보인”고 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엔 경기 침체를 막으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연착륙’ 성공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내 금리 인상 시사한 연준…’매파적 동결’ 배경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금리 결정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착륙이 연준의 기본 기대치냐’는 질문에 즉시 “아니다”라고 답하면서도, 연착륙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연착륙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늘 생각해 왔으며, 그 길은 좁아졌다가 넓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요인에 의해 결정될 수 있지만, 가능성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연준이 지난 40년간 6차례에 걸쳐 진행한 긴축 사이클에서 연착륙에 성공한 건 1984년과 1995년 두 번이다.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경제 지표가 지난 7월보다 훨씬 강해진 점이 연준이 추가 금리 결정을 고려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7월만 해도 경제가 상당히 약세일 것으로 보고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로젠그렌 전 총재는 마켓워치에 “연준은 훨씬 강한 경제에 맞서 싸우고 있고, 이는 매우 큰 변화”라며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파월 의장의 신중한 발언은 불확실한 전망을 반영한다며, 문제 될 만한 점을 발견하지 않으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젠그렌 전 총재는 “연준은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지 인하할지조차 확신 못 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은 예측 오류에 매우 겸손하다. 어떤 확실성이 있더라도 단호히 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FOMC 대다수가 여전히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파월 의장도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확신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연준 기준금리 5.25~5.50%로 동결…연내 추가 인상
연준 예상대로 경제가 강세를 보인다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시점은 11월 초로 예정된 다음 회의가 아닌 올해 마지막 회의인 12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젠그렌 전 총재는 “11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판단할 만큼 많은 정보를 얻진 못할 것”이라며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어 “변수 중 하나는 소비자들이 계속 소비를 이어갈지 여부”라며 “팬데믹 기간 발생한 초과 저축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학자금 대출 증가와 미국 의회의 예산안 합의 지연에 따른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전미자동차노조 파업도 변수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게 많은 혼란을 만들어 단기적으로 지표 해석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11월이 아닌 12월 인상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알렉산드라 윌슨-엘리콘도도 “자동차 파업, 셧다운,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가 총체적으로 11월 회의까지 지표에 충격을 주겠지만, 단일한 약세 촉매제는 보이지 않는다”며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