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카탈린 카리코 바이오엔테크(BioNTEC) 수석 부사장과 드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결정되자 의료계는 “전령 RNA(messenger RNA·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친 공로를 인정 받았다”고 평가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카탈린 카리코과 드루 와이스먼 연구팀은 변형된 뉴클레오사이드(핵산의 화학적 분해로 얻어지는 글리코실아민)를 이용해 mRNA를 합성해 선천 면역 반응을 회피하고, 안정성이 증가하는 기술을 처음으로 고안해냈다.
전령 RNA는 DNA에 적혀 있는 유전 정보를 mRNA로 옮기는 과정을 거쳐 생산되며 전령 RNA가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유전 정보를 전달하면 단백질이 생산된다. 임상적으로 필요한 단백질의 유전 정보로 코딩된 mRNA가 인체의 세포 내로 들어가면 원하는 단백질이 생성될 수 있다.
하지만 mRNA는 매우 불안정한 물질인 동시에 의도치 않게 강한 선천 면역 반응(병원균 감염이 시작된 이후 가장 먼저 생성되는 면역 반응)을 불러 일으켜 임상적 응용에 제약이 있었다.
바이러스나 세균의 mRNA는 인체에 들어가면 면역 반응을 일으켜 바이러스나 세균을 퇴치한다. 이런 미생물이 선천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톨유사수용체(TLR)에 결합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 등을 생성해 강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수상자들은 mRNA의 4개 염기 중 유리딘(핵산을 구성하는 5가지 표준 뉴클레오사이드 중 하나)의 화학적 형태를 변형시켰다. 교정된 염기가 인체에 들어가면 면역반응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인체세포 안으로 들어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배성만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카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게 된 것은 mRNA에 대해 꾸준히 이어온 연구 성과들을 인정받은 결과”라면서 “특히 이들의 연구가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mRNA백신이 신속하게 개발된 것은 이런 mRNA 변형 기술의 응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짚었다.
제갈동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카리코 박사는 펜실베니아대 교수 시절 mRNA 기반 유전자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했고, 와이스먼 박사는 1997년부터 같은 대학에서 RNA를 연구해 mRNA 백신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RNA백신은 항암 백신, 다른 세균 및 바이러스를 위한 백신 등에 응용이 가능해 향후 인류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mRNA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 특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RNA형태로 만들어 투여하는 백신이다. 인체에 주입된 mRNA는 우리 몸의 세포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특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게 된다. 우리 몸은 만들어진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게 되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을 획득하게 된다.
mRNA백신은 기존 백신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과 세포를 배양해 얻어야 하는 바이러스가 필요 없도록 만들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