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평화적 해법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탓으로 돌렸다.
10일(현지시간) 가디언, 알자지라 등 외신을 종합하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도하 포럼에서 외교적 해법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물어보라. 왜냐하면 그는 1년 반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떤 협상도 금지하는 법령에 서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시작한 러시아를 향한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선택할 수 있는 전쟁이 아니었다. 미국이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문화와 언어를 약화하려고 몇 년 동안 노력한 탓에 빚어진 피할 수 없는 전쟁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깊은 수렁에 빠뜨렸다면서도 지난해 3~4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국 중립화를 조건으로 평화협상을 타결할 기회가 있었지만, 미국과 영국이 이를 막아섰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자국이 나폴레옹 1세가 이끈 프랑스 등과 아돌프 히틀러가 지휘한 나치 독일을 포함한 외세를 두 차례 물리친 전력이 있다며 미국과 영국 등 외세를 향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미 훨씬 강해진 러시아가 전쟁이 끝나면 더 강해질 것이라며 “서구 언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말만을 장려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평화 협상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신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 영토 보전·회복을 포함한 10개 항의 ‘평화공식(Peace Formula)’을 토대로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겠다”며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한) 러시아의 간섭과 관련해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