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선균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하얀 거탑’이 아니라 ‘커피 프린스 1호점’이었다. 공유에 비교해서 너무 밀리는 남조 (남자 조연)로 욕을 먹을 만한 캐릭터였다. 그 다음 약간 ‘커피 프린스 1호점’과 비슷한 ‘파스타’에서는 주연으로 승격(?)했다.
그러나 흔하디 흔한 롬코 (로맨틱 코미디) 배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 이선균이 달리 보였던 것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계속해서 출연하면서 부터이다.
알다시피 홍 감독은 자기의 페르소나인 남자 배우들을 계속해서 출연시키기로 유명하다. 김상경, 김태우, 유준상같은 배우들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이선균은 2008년부터 시작해서 ‘밤과 낮’, ‘어떤 방문:첩첩산중’, ‘옥희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우리 선희’까지 여러 편에 출연하면서 홍 감독의 페르소나가 됐다.
2010년 영화 ‘옥희의 영화’를 들고 10여년전에 LA 영화제에 온 홍 감독에게 필자는 “왜 연기도 못하는 이선균을 계속 캐스팅 하시냐’고 엉뚱한 질문을 했고 홍 감독은 그냥 웃기만 했다.
그런데 그랬던 이선균이 그 이후에 엄청난 연기배우로 변신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만난 적도 없는 이선균에게 매우 미안했다. 오늘 그의 자살 소식을 듣고 늦게 나마 공개적으로 이선균에게 사과한다.
액션영화 ‘끝까지 간다’와 ‘악질경찰’ 의 경찰역, ‘성난 변호사’와 드라마 ‘검사내전’에서의 법조인 역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이선균의 최고작이라면 오스카를 휩쓸었던 ‘기생충’이 아니라 아이유와 공연했던 2018년 드라마 ‘나의 아저씨”다.
이 드라마에는 이선균과 아이유 뿐만 아니라 권나라, 오나라, 박호산, 송새벽, 장기용, 김영민, 신구, 손숙, 정재성, 서현우, 이지아, 박해준 등 보석 같은 조연들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나의 해방일지’의 박해영 작가의 대사들은 들으면 들을 수록 아름답다.
필자는 이렇게 감동적인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시청하는 동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나의 아저씨”까지는 약간 찌질한 로맨스 캐릭터였는데 이 드라마에서 이선균은 43살에 정점을 찍었다. 필자는 한국의 벤 스틸러라고 이선균을 비교하고 싶다.
이선균의 부인이자 배우 전혜진은 드라마 ‘비밀의 숲’과 영화 ‘불한당’으로 필자가 좋아하는 배우였고 최근 드라마 ‘남남’에서 특이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안타깝게 됐다. 두 아들을 모두 미국에 유학을 보냈는데 신기하게도 ‘나의 아저씨’에서도 이선균이 분한 박동훈도 아들을 미국에 조기 유학 보낸 캐릭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평소 이선균, 조승우, 이제훈, 남궁민 이렇게 4명의 스타들이 공연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꿈꿔왔는데 그 꿈을 버려야 해서 너무 슬프다.
이번 사건에서 이선균측의 마약 스캔들 대응 방식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사건 초기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 꿇고 사과를 하는 방식으로 대처했다면 그가 극단적인 선택하는 막다른 지점에 몰리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물론 유부남의 불륜에 마약 문제가 겹친 이번 스캔들에 이선균 자신이 법적 책임과 도덕적 지탄을 피할 수는 없었겠지만 ‘극단적 선택까지 했어야 했나’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 것이 그의 연기를 사랑하고 지켜봐 왔던 한 사람의 아저씨 팬이 갖는 인지상정이다.
배우 이선균의 안타까운 죽음에 다시 한번 조의를 표하면서 오늘 밤은 그가 남긴 최고의 명작 ‘나의 아저씨”(My Mister) 16부를 정주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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