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2022년 미국 순방 중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MBC에 ‘바이든’ 발언이 없었다는 내용의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MBC는 판결 확정 이후 최초로 방송되는 뉴스데스크 프로그램 첫 머리에 진행자로 하여금 정정보도문을 통상적인 진행 속도로 1회 낭독하라”며 외교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정정보도문의 제목과 본문을 통상의 프로그램 자막과 같은 글자체 및 크기로 계속 표시하라”며 “MBC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외교부에게 이행 완료일까지 1일 100만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이 이뤄진 시각, 작송, 배경, 전후 맥락, 당시 발언을 직접 들은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의 진술 등을 종합해볼 때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1억 달러 기여를 약속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대해 ‘상당한 증액’이라고 언급한 상황에서 야당이 1억 달러 기여에 대한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우려할 수 있다”며 “따라서 윤 대통령이 위와 같은 취지에서 대한민국 국회를 상대로 이 사건 발언을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가 MBC에 선고한 정정보도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 방송은 지난 2022년 9월22일 <뉴스데스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미국 의회 및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욕설 및 비속어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판결 직후 외교부는 “공영이라 주장하는 방송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확인절차도 없이 자막을 조작해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허위보도를 낸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라며 “이번 판결은 사실과 다른 MBC 보도를 바로잡고 우리 외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MBC는 “외교부는 재판 과정에서 MBC 보도가 허위라는 점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 외교부의 이번 소송은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실의 ‘날리면’ 발언에 부동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간 재판에서 MBC 측에 논란의 발언이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명확히 입증하라고 요구해왔다.
또 ▲원고인 외교부에 청구권이 있는지(당사자 적격성) ▲보도 내용의 진실성 측면에서 욕설 등의 형태의 발언이 있었는지 등도 쟁점으로 꼽았다.
지난달 22일 진행된 재판에서는 외부 감정인이 해당 부분에 대해 감정이 불가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해 발언 진위를 가리지 못한 채 변론 종결된 바 있다.
앞서 MBC는 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를 마치고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자막을 넣었다.
이에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었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외교부는 그해 12월 “MBC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우리 외교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며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