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1년 영국 런던에서 만국박람회(Expo)가 시작되었다. 당시 만국박람회는 자국의 최신 기술을 세계에 알리고 과시하는 일종의 국가 간의 산업화 경쟁의 장(場)이었다.
이에 영국은 산업혁명의 발상지답게 야심차게 박람회를 열어 건물 전체를 유리만으로 지은 유리궁전(수정궁)을 지어 신건축을 자랑했다.
영국과 경쟁하던 프랑스는 이에 뒤질세라 여러번 파리 만국박람회를 개최했지만 빛을 보지 못하다가 드디어1889년 에펠탑으로 수정궁을 능가하더니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한 철골구조에 대형돔과 유리로 덮은 아름다운 상징물을 설치하였다. ‘큰 궁전’이란 뜻의 이른바 ‘그랑 팔레(Grand Palais)’다.
파리의 에펠탑과 함께 최대의 상징적 기념물이 된 이곳에 미국의 에디슨과 테슬라의 전기 기술 그리고 유럽의 무선통신과 전자파 및 자동차 기술, 퀴리 부부의 방사선 기술 등이 소개됐다.
이때 대한제국도 참가하여 경복궁 근정전을 닮은 2층 전시관을 지었다. 화려한 색을 입힌 목조건물에 하늘로 솟은 처마와 지붕으로 한국의 독특한 건축양식을 선보였다. 그리고는 비단과 놋그릇, 도자기, 나전칠기와 공예품, 의복 등을 비롯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경을 세계인들에게 처음 공개했으며 조선의 투구, 검, 화살통, 군복 등도 전시했다. 대한제국은 대상 1개와 금메달 2개를 포함 모두 21개를 수상했다.
박람회가 폐막되자 대한제국관은 헐렸고 그랑팔레는 1924년 파리 올림픽 경기장으로 사용된 후 박물관(미술관)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다시 100년이 지난 올해 2024년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위해 개조되어 펜싱과 태권도 종목 경기장이 되었다.
비록 대한제국관은 없어졌지만 그 발자취가 남아있는 이곳에서 펜싱 사브르의 오상욱 선수가 한국의 첫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100년을 이어온 호흡의 기운을 느끼는 듯 하다. 이어 사격과 양궁 등에서 연이은 금메달을 따내자 ‘금메달 세 개 땄는데 그게 칼, 총, 활이다. 무기의 나라, 전투의 나라’라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어찌보면 그도 그럴 것이 삼국시대 이래 930여 차례에 이른 수많은 외적의 침략을 막아내기 위해 치루어야했던 끈질긴 전투력의 DNA가 형성되어서 일게다. 그 옛날 아시아 최강인 중국 수나라와 당나라 대군을 격파했으며 거란족 요나라와 왜국 또한 물리쳤으니 태극전사란 호칭이 괜한 말은 아니다.
특히 한국 양궁은 ‘10년 연패’라고 하니 한 종목에서 무려 40여년을 지켜온 독보적 존재, ‘전설’을 넘어 ‘신화’라 아니할 수 없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백발백중의 명사수였다고 하더니 과연 활의 민족 후손답다.
여담이지만 그러고 보니 네티즌들이 표현한 태극전사들의 ‘칼, 총, 활’의 위업을 대하면서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지은 인류 문명에 대한 책 ‘총, 균, 쇠’가 떠오른다. 마치 ‘총, 균, 쇠’가 세상의 문명을 좌우했듯 이번 한국선수들이 대회 초기 기염을 토한 ‘총(銃), 궁(弓), 검(劍)’의 석권을 이야기한다면 너무 지나친 비유일는지.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그래도… 1900년 파리에서는 만국박람회와 함께 제2회 올림픽도 동시에 열렸다. 해서 당시 박람회와 더불어 올림픽에도 참가했더라면 일제강점기 이전에 자주 독립국가 대한제국의 이름으로 세계 경기대열에 기록되어 우리의 올림픽 역사 이정표가 달라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또 누가 알랴? 메달 입상자라도 나왔다면 금상첨화가 아니었을는지.
태극전사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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