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는 4가지 진단법이 있다. 절진(切診), 문진(問診), 문진(聞診), 망진(望診)이다.
절진(切診)은 손목 등에 혈맥 박이 뛰는 곳을 손으로 감지해 오장육부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법이다. 정확도가 아주 높다.
문진(問診)은 환자에게 직접 물어봐서 병의 시작과 진행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문진(聞診)은 환자가 말하는 것을 들어 병의 진행 과정, 불편한 정도 등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망진(望診)은 눈으로 얼굴 등 신체 부위를 보고 질병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특히 망진에서는 얼굴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이 발달되어 있다. 전반적인 얼굴의 색깔과 얼굴 특정 부위의 색깔로 몸 내부의 오장의 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고 가정한다. 얼굴이 망진의 주요 장소가 되는 것은 얼굴의 각 부위가 몸 안의 전체 상태를 담고 있다는 전일론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얼굴 각 부위의 방위에 따른 오행 배속과 얼굴에 드러나는 다섯 색깔의 오행 배속이 오장과 연결되고, 얼굴에 집중된 각 경맥 또한 몸의 각 부위와 연결되어 있다고 서술한다. 얼굴은 진단의 단서를 제공해 주는 주요 부위이면서 각종 질병이 생기는 부위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에서는 얼굴에 생기는 각종 질병을 열거하고 그 가운데 기미, 여드름 등 피부에 생긴 병에 주목한다. 이들에 대해 의학 이론에 따른 처방과 함께 각종 민간요법을 망라하였으며 그 외에도 피부 미용이나 화장과 관련된 내용도 상당 부분 언급하였다.
『동의보감』에 실린 얼굴의 오행 배속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이마는 얼굴 윗부분에 있기 때문에 오장 중 심장에 배속되고, 턱은 얼굴의 가장 아랫부분에 있기 때문에 오행 중 신(腎)에 배속된다. 코는 얼굴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오장 중 비(脾)에 배속되며, 왼쪽 뺨은 오장 중 간(肝)에 배속되고 오른쪽 뺨은 오장 중 폐에 배속된다.
얼굴색으로 병을 알아낸다
또, 얼굴 부위에 나타나는 빛을 보고 질병의 예후를 판단할 수 있다. “얼굴빛이 검푸르면 통증(痛證)이고, 누렇고 붉으면 열증(熱證)이며, 희면 한증(寒證)이다”라고 한다.
다섯 가지 색깔은 각각 다섯 장기에 대응한다. 간은 청색, 심장은 붉은색, 비(脾)는 노란색, 폐는 흰색, 신(腎)은 검은색에 대응한다.
얼굴이 퍼렇게 되고 성을 잘 낸다면 청색에 상응하는 간 계통에 병이 생긴 것을 의심한다. 얼굴이 빨갛게 되고 잘 웃는다면 적색에 상응하는 장기인 심장 계통에, 얼굴이 누렇고 트림을 잘한다면 황색에 대응하는 비 계통에, 얼굴색이 하얗고 재채기를 자주 한다면 폐 계통에, 얼굴이 시커멓고 무서움을 잘 타고 하품을 자주 한다면 신 계통의 병을 의심한다.
또, 얼굴에 기미가 끼고 생기가 없으면 간의 병을 의심하고, 얼굴에 약간의 기미만 끼었을 때에는 쓸개의 병을 의심하며, 얼굴이 벌겋게 될 때에는 심장의 병을, 얼굴이 숯처럼 까맣게 될 때에는 신장의 병을, 얼굴이 까맣게 되었을 때에는 위장의 병을 의심한다.
얼굴에 나타나는 질병
얼굴의 병은 주로 오장육부 중 위(胃) 계통에 속한다. 그러므로 위에 풍열(風熱)이 들어오면 얼굴이 붓거나 코에 자줏빛이 나타난다. 또는 여드름, 기미나 두드러기가 돋고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시리게 된다.
얼굴에 열이 있는 증상
얼굴에 열이 많은 것은 위(胃)의 열이 위[上]로 훈증하였기 때문이다. 즉, 음식을 무절제하게 먹어 위에 병이 생기고 숨이 가쁘고 정신이 흐리멍덩해지며 열이 몹시 나고 때때로 화기(火氣)가 올라가 얼굴이 달아오르게 된 것이다.
얼굴이 시린 증상
얼굴이 시린 것은 위가 허하기 때문이다. 위에 찬 기운이 있어 한습(寒濕)이 있으면 얼굴이 견디지 못하고 시리다. 차가운 성질의 음식 섭취가 주요 원인이다. 얼굴에 양기가 몰려 대양증화(火)가 치밀어 오르면 얼굴이 달아오르나 생기가 없다. 이는 하초가 허약하기 때문이다.
위풍증
위풍이란 얼굴이 붓는 것을 말한다. 음식을 먹은 다음 서늘한 바람을 쐴 때 생긴다. 이때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고 몸이 여위며 배가 불러오르고 바람을 싫어하며 머리에서 땀이 많이 나오고 목이 메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신풍증
신풍증(腎風證)이란 얼굴이 퉁퉁 붓고 눈 아래가 부어서 말하기조차 힘든 증상을 말한다. 이때는 곧바로 침을 놓지 못하며, 그 치료법도 알려져 있지 않다.
탑시종
탑시종(搭顋腫)이란 볼이 붓는 증상을 말한다. 원인은 풍열(風熱) 때문이거나 기름지고 영양분이 많은 음식을 지나치게 먹어서 열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때는 붉은 팥을 가루 내어 달걀 흰자위에 개어 붙이거나 식초에 개어 붙이면 곧 낫는다.
여드름, 기미 제거법
풍의 기운이 피부에 들어오고 장부에 담이 몰려 있으면 얼굴에 기미가 생긴다. 풍의 습기와 열기가 부딪치면 부스럼이 생긴다.
『동의보감』에서는 얼굴의 기미나 뾰루지, 검은 사마귀, 분독 등을 없애거나 피부를 윤택하게 해주는 단방(單方)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소개한다.
• 소금 끓인 물은 얼굴에 생긴 각종 부스럼을 치료하는 데 좋다. 하루에 다섯 번 소금물을 솜에 적셔 문지르면 저절로 낫는다. • 장수(흠씬 끓인 좁쌀 미음)는 피부를 희게 하고 살결을 비단결같이 곱게 하며 기미와 사마귀를 없앤다. • 백지(구리때)는 기미와 주근깨, 흠집을 없애며 얼굴을 윤택하게 한다. 크림처럼 만들어 늘 바른다.
• 고본은 기미, 여드름, 주사비, 분독으로 생긴 뾰루지를 낫게 하고 얼굴을 윤택하게 한다.
• 토과근(쥐참외 뿌리)은 얼굴에 생긴 흠집을 없앤다. 보드랍게 가루 내어 신좁쌀죽 웃물에 타서 쓴다. 잘 때에 신좁쌀죽 웃물로 얼굴을 씻은 다음 발랐다가 이튿날 아침에 씻어버린다. 이렇게 하면 곧 얼굴이 윤택해지고 주름이 펴진다. 100일만 하면 눈이 부실 정도로 얼굴이 윤택해진다.
• 꿀은 늘 먹으면 얼굴이 꽃과 같이 된다.
• 진주는 기미와 얼룩점을 없애며 얼굴을 윤택하게 한다. 분처럼 갈아서 젖에 타서 늘 바른다.
• 복분자는 얼굴빛을 좋게 한다. 늘 먹는 것이 좋다. • 율피(밤나무 속껍질)는 가루 내어 꿀에 타서 얼굴에 바르면 주름이 펴진다. 노인 얼굴의 주름살도 없앤다.
• 행인(살구씨)은 얼굴에 생긴 기미를 없앤다. 가루 내어 달걀 흰자위에 타서 잠잘 무렵에 얼굴에 발랐다가 이튿날 아침에 데운 술로 씻어낸다.
약물 처방과 함께 『동의보감』은 피부를 곱게 하는 마사지법을 소개한다. 손바닥을 뜨겁게 되도록 비벼 이마를
자주 문지르는 방법으로 이를 수천정(修天庭)이라 한다. 머리털이 난 경계까지 14~21번 문지르면, 얼굴에 윤기가
돌게 된다. '손을 늘 얼굴에 대고 있어야 한다.'는 옛말도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이뻐지는 얼굴로 좋은 인상을 갖게 되면 더 할 나위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