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내걸었던 러시아 본토 타격 제한을 해제한 일을 두고 제3차 세계대전을 거론하며 갈등 격화를 예고했다.
RT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19일 미국제 에이태큼스(ATACMS·육군전술유도탄체계)를 이용한 공격을 놓고 “러시아는 그곳이 어디에 있든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시설에 대량살상무기(WMD)로 보복할 권리가 있다. 이는 제3차 세계대전에 이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오늘 오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정한 새로운 (핵무기 사용) 교리에 따라 이 같은 행동이 핵 대응을 보장하는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운용 전략을 규정한 핵교리(핵 독트린) 개정안을 승인했다. 새 핵교리에 따르면 러시아는 공격자가 핵무기 비(非)보유국이더라도 핵무기 보유국의 참여나 지원이 있는 때에는 이를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
주요 개정 내용으로는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러시아 주권에 중대한 위협이 생기는 때 ▲연합 국가 일원인 벨라루스를 향한 공격이 발생하는 때 ▲대규모 미사일, 군용기, 순항미사일, 무인기(드론) 등 공격이 발생하는 때 ▲공격자가 러시아 국경을 넘는 때 등에 핵무기 대응이 가능하다고 명시한 점이다.
이는 최근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에이태큼스를 러시아 본토를 향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데에 대응하는 성격을 띤다. 영국과 프랑스도 지원했던 스톰 섀도(스칼프)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같은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브랸스크주 카라체프 소재 무기고에 에이태큼스 6발을 발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중 5발을 격추했다며 나머지 1발도 피해를 줬지만 파편이 불특정 군사시설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미국 등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확전을 우려해 그 사용 범위를 우크라이나 국경 안이나 국경 일대 일부 지역으로 제한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본토 안 깊숙한 원점을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서방에서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발사 지점, 공군기지, 물류거점, 지휘 통제소, 병력 집결소 등 주요 시설을 무력화하겠다는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