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을 통일한 진시황이 죽은 후 진(秦)나라는 무너지고 이어 항우와 유방의 초한(楚漢)전쟁 끝에 항우가 패하고 유방이 승리함으로써 한나라의 시대가 열렸다. 이를 재현한 게임이 장기판의 초(楚)와 한(漢)의 싸움이다. 전쟁과 관련된 이러한 게임은 장기 뿐 아니라 바둑이나 체스 등도 마찬가지다.
고대의 전쟁을 보면 군왕과 책사들이 바닥이나 상위에 지도를 만들어 놓고 아군과 적군의 미니어처 군대를 움직여가며 전쟁을 계획하고 지휘했다. 이는 말하자면 오늘날 IT를 이용한 군사 전략과 전술을 기획하는 보드게임의 원조였던 셈이다.
허나 지금의 보드게임은 단지 컴퓨터를 통한 전쟁 시뮬레이션만이 아니라 게임까지도 접목시키고 있다. 1948년에 이를 시작한 미국은 근래에 와서는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들을 실제 훈련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거다. 이를 위해 미 육군은 2018년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 신병을 모집하기 위해 게임 전문인 e-스포츠팀을 만든 후 해군, 공군, 우주군, 해병대, 해양경비대로도 확장했다.
이러한 일들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전쟁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컴퓨터 게임의 활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인데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드론’이고 매우 치명적이다.
이런 드론으로 전쟁을 마치 게임하듯 만든 곳이 우크라이나다. 제대로 된 배 1척도 없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에서 드론만 가지고도 흑해 해상방어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전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함선의 레이더를 무력화하는 재밍용 드론, 함선에 폭탄을 투하하는 폭격용 드론, 그리고 함선 탄약고 등에 자폭하는 드론 등으로다.
그리고는 드론에서 전송된 현장 모습이 보이는 스크린 앞에서 AI 프로그램으로 적을 선별하고 추적해 타격한다. 이때 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이들이 바로 ‘게이머’들이다. 이는 드론 조종에 필요한 빠른 판단과 함께 눈과 손의 기민한 능력이 실제 전투보다 컴퓨터 게임과 더 관련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드론 전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헌데 이를 뒷바침이라도 하듯 차기 정부 부서 수장으로 나선 일론 머스크가 정부 개혁 1호로 국방부를 조준해 비난을 쏟아냈다. ‘F-35 같은 유인 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이 아직 있다’면서 유인 전투기가 파일럿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시대착오적 장비라며 드론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F-35는 미 국방부에서 가장 비싼 무기 프로그램으로 성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개발과 유지 보수 등으로 퇴역할 때까지 2조 달러 이상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돼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도 받았으니 이를 삭감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이런 와중에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양상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가 대만이다.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 유사시 대규모 드론 공습할 경우 대만 해군이 똑같이 당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대만 정부는 최근 ‘안티 드론’시스템을 구축하고 미국에서 자폭용 드론도 수입하는 등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를 보며 북한의 오물풍선이 언제 드론으로 바뀔지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드론은 1930년대 영국에서 처음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포격연습용 비행체를 개발하고 ‘Queen Bee’라 불렀다. 하지만 여왕의 나라에서 ‘여왕벌’로 포격한다는 것이 좋지 않은 이미지란 여론에 따라 수컷 벌을 뜻하는 ‘Drone’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인간이 어지럽힌 기후변화로 벌들이 사라지면서 인간의 삶이 황폐해 질 거라는 ‘꿀벌의 경고’에서 이제는 인류 생존에 더욱 치명적인 위협이 될 사이버 숫벌들의 무장(武裝)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