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조직 수장’ 조지호 경찰청장을 소환, 긴급체포하며 본격적인 수사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경찰 1,2인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수사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특별수사단은 전날 오후 내란 혐의로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각각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법적으로 내란죄 수사권이 있지만, 그간 ‘내란죄 수사’에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공수처)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체포한 데 이어 전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장관 구속영장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모관계까지 적시해 조만간 윤 대통령 소환 조사에도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에 사건 이첩 요청권을 행사했다. 검·경이 응하지 않자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선제 신청하고, 김 전 장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수사 방식은 통상적인 수사와 거리가 있다. 압수수색과 주변인 조사를 통해 수사에 필요한 사전자료를 확보한 후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는 게 일반적인데, 피의자 본인 신병 확보부터 나선 것이다. 내란죄 수사의 특수성과 ‘수사기관 간 주도권 경쟁’이 부른 촌극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에 비해 경찰청 국수본 특별수사단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은 먼저 시작했으나, 신병 확보는 검찰에 밀렸다.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의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받아 통신내역을 분석하는 등 ‘사전자료 확보’ 단계에 머물러 있단 평가를 받았다.
특별수사단은 박안수 계엄사령관,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 참석 국무위원, 조태열 국가정보원장 등 주요 피의자들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이 중 1명만 조사했다고 전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전략적으로 한 방향을 보고 뛸 수는 있지만, 규모가 커 검찰처럼 전술적으로 재빠르게 움직이지는 못한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수사단이 ‘조직 수장’인 조 청장을 소환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조 청장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경찰을 배치한 혐의(형법상 내란 등)을 받는다.
다만 경찰청장이 아직 현직에 있는 상태에서 ‘제 식구’인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은 남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지난 9일 비상계엄 수사 관련 브리핑에서 “경찰청장은 개별적 사건에 대한 구체적 지휘 감독권이 없다”며 수사 독립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검찰과 경찰, 공수처는 조만간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위해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대검찰청이 지난 8일 경찰과 공수처에 공문을 보냈고, 나머지 두 기관이 화답하면서 참석자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