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예고해 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어떤 방법으로 이를 실현할까.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진 바 없었던 종전안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철저한 고립주의 노선을 추종해 온 트럼프 당선인답게 강한 우크라이나의 존재와 함께 유럽군 감독 아래 휴전 체제가 지속되도록 하는 종전안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닷새 전 프랑스를 방문한 트럼프 당선인 행보 속에서 종전 계획 구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가능성을 제기했다.
트럼프 당선인 논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국경지대에서 휴전을 감독할 군대와 억지력을 발휘할 무기를 대부분 유럽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 참석을 위해 지난 7일 프랑스를 찾은 트럼프 당선인은 이때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했다.
복수의 관료에 따르면 그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교전이 중지되고 잘 무장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에 억지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고 지원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유럽 군대가 휴전을 감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지원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않았지만 미군 파병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아울러 유럽 국가가 협상 성사를 위해 중국을 압박해 러시아를 끌어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대(對)중국 관세를 무기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복수의 유럽 관료는 트럼프 당선인이 명확한 종전 구상을 가진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보좌진도 트럼프 당선인이 종전 계획을 깊이 생각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군의 우크라이나 국경 파견 제안에 수긍하는 모양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언제 유럽연합(EU)과 나토에 가입할지 명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의 미래를 이해한다면 그러한 보장은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영국과 프랑스 당국자 사이에서 조용히 시작된 평화유지군 파병 논의는 우크라이나, 폴란드, 독일, 이탈리아, 나토, EU 집행위원회 등으로 확산했다. 그 과정에서 평화유지군이 파견되더라도 이는 나토 차원이 아니라 유럽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프랑스 관계자는 미국 측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하는 데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평화유지군으로서 유럽군 파병과 관련해 구체적 참여국 선정, 병력 규모, 미국 지원 내용 등은 아직도 결론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러시아가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할지도 불분명하다.
나토의 동진(東進)이 불편한 러시아는 국경 앞에 배치되는 유럽 군대를 달가워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5분의 1가량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차지한 러시아는 이 땅을 자국에 넘기고 나토 가입 불가라는 조건을 달라고 하고 있어 서방 제안에 호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 주장에 이견이 너무 큰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파병설을 처음 제기했을 때 나토 국가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면 핵 충돌 위협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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