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20일(현지시각)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차량을 들이받아 70여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 용의자는 반이슬람 활동가였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난민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사고가 벌어진 독일 작센-안할트 주의 총리 라이너 하젤로프는 이날 기자들에게 용의자는 2006년부터 독일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해온 사우디 출신 50세 남성이라고 밝혔다.
하젤로프 총리는 해당 사건이 테러인지 말하기에 이르다며 그의 신원 등에 대해 언급을 삼갔다.
WSJ는 수사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용의자가 2006년 사우디에서 망명해 독일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난민 자격으로 독일에서 영주권을 취득해 의사로서 일했다.
특히 용의자는 독일 내 소규모 사우디 커뮤니티에서 반이슬람 및 여성 인권 운동가로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이슬람화 위험성을 경고하고 예비 망명자들에게 조언하는 웹사이트, 복수의 소셜미디어 채널도 운영했다. 중동에서의 여성 박해에 대한 글도 자주 올렸다.
아울러 그는 친이스라엘 성향 콘텐츠, 독일대안당(AfD)에 대한 지지 입장도 밝혀왔다.
용의자는 또한 차량 돌진 수일 전 소셜미디어에 독일 정부가 이슬람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당국이 이슬람에 비판적인 자신을 검열, 박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웹사이트에서 독일 정부가 이슬람에 대해 관용을 보이고 있다며 난민들에게 독일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그가 이번 차량 돌진을 벌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고 WSJ은 짚었다.
앞서 20일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 주 마그데부르크 야외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이 돌진하면서 2명이 사망하고 68명이 부상을 입었다.
차량이 시장에 돌진한 것은 저녁 7시로 주말을 앞둔 쇼핑객이 붐비는 시각이었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장 공격은 2016년 12월19일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트럭을 몰고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시장에 돌진해 1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한 사건 이후 처음이다. 당시 용의자는 이탈리아에서 총격전 끝에 숨졌다.
독일은 중세 때부터 크리스마스 휴가를 앞두고 시장을 여는 전통이 있으며 이 풍습이 서방 세계 곳곳에 퍼져 나갔다. 베를린의 경우 100곳 이상의 시장이 지난달 개설돼 데운 포도주, 구운 아몬드와 소시지 냄새가 시 전체에 퍼져 있다. 독일의 전국에 크리스마스 시장이 개설돼 있다.
난시 페이저 독일 내무장관은 지난달 말 올해는 크리스마스 시장이 위험하다는 구체적 징후가 없으나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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