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유럽 중도파 주류 대신 극우 포퓰리스트들이 대거 초청받았다고 폴리티코가 16일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일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럼프 취임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등도 초청자 명단에 없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다른 국가 정상 또는 수반이 참석한 전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다른 국가들은 주로 고위 외교관을 파견해 예를 갖춘다.
그러나 이번엔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일부 정상들이 초대 받았다는 점에서 중도 주류가 배제된 것은 주목할 대목으로 읽힌다.
실제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초청장을 받았다. 이달 초 트럼프의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 방문 당시 ‘환상적인 여성’이라 불렸던 멜로니 총리는 일정이 허락하면 참석할 것이라고 했고, 밀레이 대통령은 한 달 전 참석을 확정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도 초대장을 받았다. 노보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취임식에 잠시 참석할 예정이다.
‘유럽의 악동’으로 불리는 ‘친푸틴’ 인사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취임식에 직접 참석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이르 보르소나우 전 브라질 대통령도 초청장을 받았지만 수사로 여권이 취소돼 참석이 어렵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시 주석은 직접 참석하진 않고 한정 부주석을 특사로 파견하기로 했다.
일본과 인도 등은 외무장관이 참석할 계획이다.
극우 및 민족주의 외국 주요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한다.
영국의 반(反)EU 포퓰리스트인 나이절 패라지, 프랑스의 극우 정치인 에리크 제무르, 벨기에의 극우 민족주의 정당의 톰 반 그리켄, 브뤼셀과 오랜 법치 분쟁으로 충돌했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전 폴란드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독일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 대표이자 독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알리스 바이델도 초대받았는데, 2월23일 총선 준비로 불참한다. 대신 티노 크루팔라 AfD 공동대표가 참석하기로 했다. 이 외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극우 민족주의, 포퓰리스트 정당 대표들이 초청장을 받았다.
전 세계 기술 기업 거물들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의 억만장자이자 기술 기업가인 그자비에 니엘 일리아드 회장 겸 창업자가 부부 동반으로 자리할 예정이다.
극우 정치인 중 초청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눈에 띄는 인물로는 프랑스 대선에 세 번이나 출마했던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전 대표와 조르당 바르델라 현 대표가 있다. 이와 관련 폴리티코는 이 둘 모두 트럼프에 대해 호의적인 발언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폴리티코는 “초청된 인사에겐 공통된 이념적 성향이 있다.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상당수가 우파 또는 극우파 출신이거나 트럼프가 이전에 칭찬했던 지도자라는 점”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취임식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궤적과 취임 후 누가 대통령의 귀를 기울일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전 세계에서 모인 특이한 초청자들을 통해 분명한 이념적 성향을 드러냈다”며 “트럼프 취임식은 전 세계 우파 포퓰리스트의 인명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