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구속 심사가 진행되는 4시간50여분 동안 서울서부지법 일대는 지지자와 경찰 수만명이 뒤섞여 소란스러웠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은 오후 6시50분께까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인근에서 자리를 지키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구속 심사 종료 소식에 부부젤라를 불며 한목소리로 “대통령을 돌려 달라” “영장 기각” 등 구호를 반복했다. 일부 지지자는 윤 대통령이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까치발을 들고 법원 청사를 살펴봤다.
빨간 목도리를 맨 한 여성 지지자는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고 구속영장 기각을 기원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온 일행도 모은 두 손 위에 본인의 손을 올리고 간절한 표정으로 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탑승한 법무부 호송차가 오후 7시33분께 모습을 드러내자 법원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경호 행렬이 지나가는 광경을 촬영했다.
한 여성 지지자는 감정이 복 받지는 듯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반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각오하라. 전쟁이다. 서부지법에 돌진할 거다”고 트럭 위에 올라가 소리 지르는 이도 있었다.
윤 대통령 호송 차량이 법원을 떠나고 30여분이 흐른 후에도 지지자들은 스피커로 애국가를 틀고 따라 부르며 현장에 머물렀다. 대형 태극기를 들고 있는 초등학생 추정 남자아이도 “영장 기각”을 외치며 법원 청사를 한동안 지켰다.
앞서 윤 대통령 구속 심사가 진행되고 있던 오후 4시8분께부터 17분께까지 약 9분간 서울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무정차 통과가 이뤄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서부지법을 향해 “불법 체포 불법 영장” “탄핵 무효” “윤석열 석방” 등 구호를 외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사이에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헌법 수호’ 등이 적힌 대형 깃발이 나부끼고, 곳곳에서 작은 태극기도 보였다.
윤 대통령 지지자 일부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서울서부지법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경찰이 진입 시도를 막자 주위에 있던 지지자들이 “보내줘”를 연호하며 “경찰이 폭력을 쓰는 건가”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부당한 구속영장 청구라며 “위조 영장” “기각하라”를 목청껏 외쳤다. 한 남성이 경찰 버스 위로 올라가 “문 열어”라고 소리치며 “불법 체포” “영장 기각”을 선창하자 그를 지켜보던 지지자들이 후창하는 모습도 펼쳐졌다.
경찰은 과열되는 현장 분위기에 2~3차 해산 명령을 했지만 지지자들이 듣지 않자 강제 해산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시위대가 강하게 저항하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듯하자 일단 물러났다.
경찰 저지에도 “대한민국을 살리겠다”며 담을 넘어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가려고 한 남성이 건조물 침입 혐의로 현행범 체포돼 서울 마포경찰서로 연행됐다.
윤 대통령 구속 심사가 길어지며 서울서부지법 진입을 시도하던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현장에서 추가로 입건되는 등 오후 6시20분께 기준 총 19명이 월담 등으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구금 장소인 서울구치소에서 이르면 이날 밤 나올 것으로 보이는 구속영장 결과를 대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