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측 “검찰, 공소제기 뭉뚱그려 한 잘못”
재판장 “교사의 고의가 항소심 출발점이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항소심 첫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1심 재판부 판단을 놓고 맞붙었다.
검찰은 “전체 증언이 거짓임에도 일부 증언에 참인 것이 있다고 오판했다”고 비판했고,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어느 부분이 위증인지 특정하지 않고 공소제기한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박정운·유제민)는 11일 위증교사 혐의를 받는 이 대표와 위증 혐의를 받는 김진성씨의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이 대표는 이날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재판에 참석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하나의 위증교사 행위를 여러 개의 사실관계로 쪼갠 뒤 일부가 참이어서 전체적으로 무죄를 선고한 오판을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분리할 수 없는 사실관계를 개별로 나눠 판단했다”며 “전체의 증언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또 “유죄의 증거로 볼 수 있는 많은 사실관계를 1심 재판부에서 누락했다”며 “전체 증언이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참인 것이 있다고 오판해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측은 김씨의 증언 중 어느 부분이 위증인지, 어떤 이유에서 위증인지 등 검찰의 주장이 불명확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뭉뚱그려놓고 어떤 부분이 위증이라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며 “각 증언에 대해서 위증이 무엇인지, 위증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특정해서 공소제기가 돼야 하는데 그게 잘못됐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은) 김진성이 이재명의 증언 요청에 따라 위증을 했다고 얘기하는데 여러 가지 다른 원인에 의해서 위증을 마음먹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씨와 이모 전 성남시청 도시계획과장 등 2명을, 이 대표 측은 김씨가 과거 법정에서 증언하기 전 전화통화를 했던 이 대표 변호인단 소속 변호사 1명을 각각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정범(위증)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출발점이라고 판단하고 김씨의 법정 증언이 담긴 녹취파일을 항소심 법정에서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아울러 오는 4월1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1심은 지난해 11월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위증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증언 요청이 ‘위증에 대한 교사 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봤지만, ‘교사의 고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이 대표의 증언 요청으로 위증을 하기에 이르렀으나, 이 대표가 김씨의 발언이 허위의 증언이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재명이 김진성에게 자신이 필요로 하는 증언을 부탁한 사실은 인정되나, 거짓 증언(위증)을 요청했다거나 김진성으로 하여금 위증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김진성에게 위증해달라고 요구했다거나 김진성이 위증할 것을 예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과거 검사 사칭 사건으로 벌금형을 확정받았으나 2018년 경기지사 선거방송 토론회에서 “누명을 썼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김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사 사칭 사건은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이던 2002년 최철호 전 KBS PD 등과 함께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기 위해 2018년 12월 김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김병량 전 성남시장과 KBS가 나를 검사 사칭 사건의 주범으로 몰기로 했다”는 증언을 요구했다고 판단,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