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멕시코와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해묵은 물 분쟁도 더욱 격화될지 주목된다.
CNN 방송 등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가 국경을 지나는 두 개 강의 물을 교환해서 사용하도록 했는데 오랜 기간 멕시코가 약속을 지키지 못해 ‘물 분쟁’도 본격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美 “우리도 물 못 보내”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사무국은 20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에 “멕시코가 협약 이행 조건을 따르지 않아 미국 농업, 특히 리오그란데 강 유역 농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미국도 콜로라도강 강물에 대한 멕시코 티후아나로의 특별 공급 요청을 처음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텍사스에 지역구를 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은 “멕시코의 협약 불이행으로 텍사스 농부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무부 결정을 환영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부처에서 내용을 적극 살피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멕시코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량 감소와 북부 지역 개발과 산업화 등으로 인한 물수요 증가 등이 협약 이행 불이행의 원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양국은 1944년 협약을 맺어 멕시코는 리오그란데강의 유량 중 5년마다 5700억 갤런(약 21억 5400만㎥)을 미국에 보내고, 미국은 콜로라도강에서 매년 4900억 갤런(약 18억 5200만㎥)을 멕시코로 보내기로 했다.
멕시코, 1990년대 초반부터 물공급 약속 못 지켜
멕시코가 물 부족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라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연간 단위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5년씩 묶어 합계 기준으로 물을 보내기로 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는 실정이다.
올해 10월에 5년 단위 만기가 돌아오지만 약속된 수량을 보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0년 11월에 시작된 5년 물 공급 주기가 시작된 이후 멕시코가 보낸 물의 양은 1년 치 공급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는 특히 2011년부터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미국과 국경을 접한 북부 치와와주에는 최근 8개월 넘게 전혀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멕시코 가뭄으로 나무 위 원숭이가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죽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다.
협약을 관할하는 국제경계수위원회의 미국측 위원인 마리아 엘레나 기네르는 “아직 1년 치 분량밖에 받지 못했는데 만기가 돌아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남부 지역 타격
CNN은 멕시코로부터 유입되는 물의 양이 줄어 텍사스 남부지역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에서 텍사스로 보내는 물 감소는 19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한 요인이 됐다.
국경이 열리면서 멕시코 북부는 옥수수, 수수, 면화 같은 품목에서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고가 과일과 채소로 작물을 재배했는데 이는 훨씬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
멕시코의 물공급 감소로 텍사스의 일부 도시들은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으며 두 개의 주요 저수지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 부족으로 지난해 주요 사탕수수 가공 공장이 문을 닫았고 수백 개의 일자리와 주요 환금 작물이 사라졌다.
멕시코는 1997년 이후 거의 매 5년마다 상당량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 다만 협약상 약속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처벌 조항은 없다.